선대 금지옥엽 사업 과감히 정리

정의선 현대차회장 모빌리티 주력화

최태원 SK회장은 포스코 회동

구광모 LG회장은 폰대신 전기차 올인

정용진 네이버 이해진과 협력 회동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튜브 채널 행복정담에 출연해 요리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튜브 채널 행복정담에 출연해 요리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재계 젊은 총수의 ‘이대도강(李代桃 , 복숭아를 위해 자두를 버린다)’식 경영이 화두다. 복숭아나무를 위해 자두나무를 베어내듯, 큰 성과를 위해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을 일컫는 말이다. 미래에 필요한 과정이라면, 선대가 금지옥엽 아꼈던 사업이라도 과감히 매각한다.

격식을 벗고 허물없이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결단은 과감하게. 젊은 총수들의 거침없는 행보 속에 엿볼 수 있는 리더십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이 같은 성과는 앞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비공개 모임 등에서 계열사 매각과 관련, “회사를 파는 게 아니다. 각 회사에 최상의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들이 더 잘할 수 있다면 매각이 회사 직원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사업 매각이 대표적이다. 제철 사업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크게 애정을 쏟았던 사업군으로, 고급 자동차용 강판을 수직계열화하는 차원에서 2010년 충남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준공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작년부터 사업군 재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컬러 강판 생산 사업은 정리했고, 단조 사업도 분사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신 세계적인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하는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으로 주력을 재편했다.

SK는 최근 SK와이번스를 매각해 큰 화제를 낳았다. 업계에선 SK가 B2B 영역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B2C 시장 중심인 신세계가 인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은 29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깜짝 회동을 갖기도 했다. 두 최 회장은 이날 함께 오찬을 한 뒤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양사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최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9년 말에도 포항 포스코센터를 방문해 “기업시민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특히 업계는 미래차나 수소 사업 등을 주목하고 있다. SK(주)는 최근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생산업체 에스파워테크닉스 지분 33.6%를 인수하는 등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최근 친환경차 통합 브랜드 ‘이 오토포스(e Autopos)’를 선보이며 수소전기차용 금속분기판 사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가 미래차 첨단 소재 개발 등에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초 신년사 영상에 출연해 사업 목표 등을 밝히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초 신년사 영상에 출연해 사업 목표 등을 밝히고 있다. [LG 제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이마트 공식 유튜브에 출연, 직접 요리를 하고 있다. [이마트 공식 유튜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이마트 공식 유튜브에 출연, 직접 요리를 하고 있다. [이마트 공식 유튜브]

가장 젊은 총수 측에 속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야말로 파격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폰 사업철수·매각안 등을 검토 중이다. LG폰은 오랜 적자 속에서도 LG전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업군이었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특히 애정을 가졌던 사업군이지만, 과감히 전면 개편에 나섰다. 대신 세계적인 전장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요즘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 부회장의 가장 놀라운 행보는 바로 최근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물론, 스포츠업계도 정 부회장의 신속한 인수 움직임에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이와 함께 이마트의 최대의 적인 네이버와 협력을 모색하고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난 일도 파격 행보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와 네이버의 만남을 두고 ‘적과의 동침’이라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엔 포기하지 않고 뚝심있게 사업을 밀어붙이는 게 경영 리더십으로 각광받았다면, 융복합이 화두인 현 시대에선 과감히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신소연·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