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컨텐츠, 물류 등 투자에 잇따라 자사주 등장

자사주 장부가 1.2조원, 시가로 환산하면 6조 육박

성장 초기 자사주 매입, 이후 지분 교환 재원되며 시세차익 효과 쏠쏠

네이버가 컨텐츠와 물류,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면서 보유한 자사주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투자 확대를 위한 지분 취득의 재원으로 자사주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 진출 기대감에 따른 주가의 상승→자사주 가치의 증가→투자 재원의 부담 감소→사업 확대에 따른 이익 증가 등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네이버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서 자사주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일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캐나다의 왓패드 주식 전량(2억4854만3779주)을 6532억원에 취득하면서 자사주 활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거래 방식은 왓패드 구주주의 선택에 따라 정해지게 된다. 왓패드 주주가 현금과 함께 네이버 자사주를 택하면, 네이버는 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해 주식을 지급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는 만큼 왓패드 주주가 네이버의 성장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경우 이를 선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네이버의 자사주 활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CJ그룹 계열사와 지분 맞교환을 단행할 때도 자사주가 등장한 바 있다. 당시 CJ대한통운과는 3000억원 규모(네이버 자사주 104만7120주),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는 각각 1500억원 규모(52만3560주)으로 총 6000억원의 지분 교환이 이뤄진 바 있다. 지난해 11월 10일 공시한 '자사주 처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CJ그룹 측에 넘긴 매각가는 주당 28만6500원이었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원 규모의 지분스왑을 진행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자사주 56만3063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넘겼고, 이 대가로 미래에셋대우 자사주 4739만3364주를 받았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금융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자사주가 활용되고 있지만, 네이버는 여전히 막대한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11월10일 기준 네이버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1680여만주(지분율 10.23%)에 달한다. 장부가는 1조2147억원이다. 이를 지난 29일의 종가로 환산하면 시가 5조7639억원에 달한다. 무려 5배에 달하는 장부상 이익이 잠재돼 있는 셈이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의 자사주 11% 역시 투자 재원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투자 재원, 인재 확보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