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기자금 성격 대차잔고 급증세
‘공매도 전면전’ 거론된 셀트리온 등 하루 급등 후 급락
한국 공매도 규모 작아 주가 상승 제한적
정부 “쏠림 현상이 낳을 파장 예의주시”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미국의 게임스톱에서 촉발된 반(反) 공매도 운동이 한국에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허드 이펙트(herd effect·한 방향으로의 쏠림)’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 거래일인 1일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앨비 등이 급등하면서 향후 공매도 재개시 주가의 급격한 변동성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달 대차잔고 금액이 공매도 금지 이후 가장 큰 폭인 5조4000억원 증가하면서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한 뒤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셀트리온(2조598억원), 삼성전자(313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103억원) 등의 순으로 공매도 잔고 금액이 높았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이치엘비(3079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024억원), 케이엠더블유(1925억원), 펄어비스(1184억원) 순으로 많았다.
한투연은 이를 근거로 공매도와의 전쟁을 공식 선언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이 많은 셀트리온, 에이치엘비의 주주와 연대할 뜻을 밝힌 상태다. 이후 이들 종목은 지난 1일 급등했지만, 2일 오전에는 시장이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하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운동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관련 종목들이 개인투자자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일정 기간 상승세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상승폭에 대해서는 눈높이 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크게 다른 국내 주식시장 환경은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며 숏스퀴즈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공매도 거래자)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국내에서 거론되는 종목들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도 미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은 각각 6.2%, 1.6%, 1.5%로 낮은 상태며,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가 각각 8.0%, 10.0%로 비교적 높지만 이 또한 100%를 상회하고 있는 미국 숏스퀴즈 종목에 비해서 여전히 낮은 상태다.
이처럼 반(反) 공매도 움직임이 자칫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정부 당국도 펀더멘탈이 아닌 시장 심리에 따른 급격한 쏠림 매수가 낳을 부작용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다수의 시장참가자가 실시간으로 투자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게임스톱 사태’와 같은 군집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공매도 재개 논의가 본격화한 지난달 대차잔고 금액이 5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이후 대차 잔고 금액이 전월 대비 증가한 적은 두 번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9월과 지난달 등 공매도 재개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과 일치했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 대차에는 공매도를 포함한 여러 요인이 있다”라며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대차잔고 증가를 공매도의 사전 준비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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