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제지 화재·폐지수입신고제…
코로나로 택배물량 증가도 한몫
골판지 공급난에 품귀현상까지
‘가수요’까지 겹쳐 악순환 지속
포장산업협동조합 5000t 공동구매
동남아·日 등서 3000t 수입 예정
일관공정 없는 영세기업 중심 배분
골판지원지 공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급 불균형으로 전전긍긍하던 영세 골판지업체들이 공동구매와 공급처 다변화로 반격에 나섰다.
계기는 특정업체에 편중돼 있던 골판지원지 생산이 신문용지업체로 확대된 것. 원지 공급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물론 원지와 골판지, 골판지상자를 일관 제조하는 기업들의 횡포에도 대항력이 생긴 것이다.
김진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는 8일 “공급난 해소를 위해 신문용지업체인 전주페이퍼와 대한제지가 생산지종을 바꿔 지난 3일 골판지원지를 큰 무리 없이 시생산했다”며 “1~2회 시생산을 더 한 후 양산에 들어가는데, 두 회사에서 양산되는 원지 5000t을 조합이 공동구매해 규모가 작은 업체들 중심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판지원지는 말 그대로 골판지를 만드는 원료. 골판지업체는 원지 제조업체로부터 원지를 받아다 표면지(라이너지), 이면지(판지), 그 사이에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골심지 등을 조합해 골판지를 만든다. 이후 박스기업들이 이 골판지를 공급받아 정해진 모양과 크기대로 상자를 제작한다.
지난해 말부터 골판지는 ‘금(金)판지’라 불릴 정도로 귀하다. 공급난 원인은 대양제지에서 발생한 화재, 폐지수입신고제, 언택트경제 활성화로 인한 수요 급등 등이 꼽힌다. 지난해 10월 국내 골판지 원지 공급량의 7% 이상을 담당해오던 대양제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원지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서 국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원재료 확보가 어려워진 것도 공급난의 한 원인. 지난해 7월 환경부가 폐지수입신고제를 시행하면서 원지의 원료인 폐지 수입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6월 4만8000t이었던 월간 폐지 수입량은 신고제 이후인 7월 3만1500t으로 한달 새 1만6500t(34%)이나 줄었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급증했다. 비대면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택배상자를 만드는 골판지는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공급량 감소도 문제지만 ‘수급 불균형’이 골판지대란 의 더 큰 원인이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김 전무는 “대양제지 화재 등으로 비게 된 원지 공급량은 월 3만4000t 정도다. 제지업계가 수출분 중 1만5000t을 내수로 돌리고 새로운 수입처를 물색하면서 ‘잃어버린 3만4000t’은 거의 채웠다”며 “문제는 ‘쏠림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지공정을 갖고 있는 일관기업들로 주문이 몰려버리니 일관공정이 없는 기업들은 제 때 물량을 못받는 ‘빈익빈 부익부’가 계속되고 있다”며 “물량을 확보 못한 영세업체들이 불안한 심리에 필요 이상의 주문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는 ‘가수요’까지 발생해 골판지대란이 온 것”이라 설명했다.
일관기업은 원지와 골판지, 골판지상자 제작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기업을 말한다. 원지기업이 계열관계에 있는 골판지 회사에 우선 공급하고, 이를 받은 골판지 회사도 계열 박스기업에 보내 택배 상자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 수로만 보면 박스기업의 95%가 일관공정이 없는 영세업체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상자의 70%가 일관기업에서 나올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크다.
김 전무는 “원지공정이 있는 일관기업으로 공급이 몰리니 중소 골판지기업이나 박스기업은 원재료가 없어 생산을 제대로 못하고, 거래처 주문이 일관기업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했다. 원지를 제 때 받지 못한 영세기업들이 미리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주문을 먼저 걸어버리기에 가수요와 파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합은 이번에 공동구매 하는 전주페이퍼와 대한제지의 신규 생산물량을 원지공정이 없는 영세업체 중심으로 배분할 계획이다. 수입처 다변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조합이 나서 이번 달에 동남아시아와 일본에서 2000t, 다음달에는 1000t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 전무는 “원지를 구하기 어려운 영세한 업체에 우선 공급해주면 이들이 가수요 주문을 줄이게 된다. 시장에 원지 공급이 원활하게 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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