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원본’ 전시, 삼청동 길목 민속博서

무려 1500점..기산 김준근, 속속들이 그려

그네 낭만 ‘제로’, 자기 탈 순서 기다리는 눈빛?

줄다리기 선수 모두 양반 상투,반상구분 흐려진듯

19세기 후반, 리얼리즘, 실상 전달 주력한 느낌

단오에 산에 올라 추천하고(그네 타고). 이전의 그네타기 그림들은 다분히 낭만적인 분위기인데 비해, 19세기 후반인 기산 풍속화에서는 그네타는 처자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다음 자기가 탈 순서를 기다리는 느낌이 역력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단오에 산에 올라 추천하고(그네 타고). 이전의 그네타기 그림들은 다분히 낭만적인 분위기인데 비해, 19세기 후반인 기산 풍속화에서는 그네타는 처자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다음 자기가 탈 순서를 기다리는 느낌이 역력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줄쌈하고(줄다리기 하고). 모두가 양반식 상투를 틀고 있고, 양반에겐 어울리지 않는 땀나는 스포츠를 하는데, 반상의 구분이 많이 없어진 느낌을 들게 한다.
줄쌈하고(줄다리기 하고). 모두가 양반식 상투를 틀고 있고, 양반에겐 어울리지 않는 땀나는 스포츠를 하는데, 반상의 구분이 많이 없어진 느낌을 들게 한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20년만에 고국에 돌아온 것도 잠시. 20일 뒤엔 모국을 떠나 소장처인 독일로 다시 돌아가는 기산 풍속화가 설연휴 기간에는 특별한 전시로 국민앞에 선다.

현재 사본 중심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는데, 설 연휴 때에 원본을 공개하는 것이다.

광화문에서 삼청동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오는 3월1일까지 일정으로 기획전시실1에서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을 진행중인데, 특별전의 특별전이라 할 수 있는 104점 원본 전시를 11, 13, 14일 진행한다. 설날만 쉰다.

매 사냥 가고. 매사냥 복색이 초정밀 묘사돼 있다. 개가 앞장서는 모습도 꽤나 리얼하다.
매 사냥 가고. 매사냥 복색이 초정밀 묘사돼 있다. 개가 앞장서는 모습도 꽤나 리얼하다.
시장. 언덕에서 내려다보면서 상인 한명 한명을 그린 듯 하다.
시장. 언덕에서 내려다보면서 상인 한명 한명을 그린 듯 하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원본 볼 기회인 상당수 작품의 원래 소장처는 옛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MARKK)이다. ‘줄쌈 하(아래아)는 모양’, ‘단오에 산에 올나 추천하(아래아)고’ 등 기산 풍속화 71점과 ‘행상(行喪)하고’ 등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28점, 숭실대학교 박물관 소장 5점 등을 선보인다.

원본 풍속화는 내용과 색감이 그대로 살아있어 방금 그린 것 같이 생생하다.

19세기 사람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이 그린 전체 작품은 1500점 가량이라고 한다. 한국,독일을 비롯해 전 세계 뿔뿔이 흩어져 있다. 우리나라 웬만한 풍속은 전부 그의 붓 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의 생몰연도는 뚜렷하지 않다. 1892년 게일을 따라 원산에 가서 한역 ‘천로역정(天路歷程)’의 삽화를 맡아 그린 점으로 미뤄 1860년대생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음력 정월에 여성들이 널을 뛰었던 ‘널뒤고’, ‘널뛰(ㄷㅅ)는 모양’, 정월 대보름에 놀았던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을 그린 ‘줄쌈 하(아래아)는 모양’, 아이들이 제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그린 ‘적이 차는 모양’ 등 음력 신년 벽두 놀이와 연관된 풍속화가 전시된다.

방직하는 모습. 방직 프로세스에 참여한 여인들의 눈빛이 일관되게 중립적이다. 생활경제 실상 그대로 팩트 전달에 주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방직하는 모습. 방직 프로세스에 참여한 여인들의 눈빛이 일관되게 중립적이다. 생활경제 실상 그대로 팩트 전달에 주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독일 MARKK 소장품 가운데 그네뛰기 그림을 보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과 기본 구도는 비슷하지만, 인물의 배치, 인물묘사, 방향 등이 다르며 소나무 배경 묘사가 있다는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시집가고’도 독일 소장품과 유사하나, 지붕에 호피가 없고 좌우에 두 명의 인물이 더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