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아이 생일인데 볶음밥 밥양 곱배기로 많이 부탁 드립니다.” (배달 앱 요청사항)
“일주일 전에 맛이 변해 내다버렸다가, 아이 부탁에 마지못해 시켰는데…밥 양만 많이 넣어달라는 요청도 매몰차게 안 된다고 적어보냈네요.(별점 1점)” (배달 앱 리뷰)
일부 배달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에 자영업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요청 사항에 양을 많이 달라는 요구는 물론, 이를 들어주지 않을 시 ‘별점 1점’으로 ‘복수’까지 더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을 통한 판매가 늘고, 리뷰 별점이 가게 매출에 직격으로 이어지는 탓에 음식점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친절하게 응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배달 앱 ‘진상 고객’의 사연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정해진 정량보다 양을 많이 달라는 요구다. 한 고객은 아이 생일이라며 볶음밥 양을 ‘곱배기’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음식점주가 “정량이 정해져 있어 양을 더 많이 드리기가 어렵다. 양해 부탁 드린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써서 전달했다.
하지만 고객은 ‘별점 1점’과 함께 “일주일 전에 맛이 변해 내다버렸는데도 마지 못해 시켰다”며 “매몰차게 안된다고 친필 메세지까지 보내다니, 아이 기분 상할까봐 얼른 찢어서 버렸다”고 리뷰를 작성했다. 이용자의 별점은 누적이 돼 음식점의 배달 영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 다른 이용자는 치킨을 1마리 시킨 후 “7명이서 먹을거니 많이 달라”는 황당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치킨 1마리는 보통 성인 2~3명이 먹는 양. 2만원 짜리 치킨을 시키면서 2~3마리에 달하는 양을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음식을 배달해주는 라이더에게 개인적인 잡일을 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종종 있다. 한 주문자는 배달 라이더에게 전달되는 요청 사항에 “생수 2L (없을 경우 OO수), OO과자”라고 적으며 심부름을 시켜 공분을 샀다. 이외에도 “경비실에 맡긴 택배를 찾아달라”는 등 주문도 있다.
그러나 음식점주는 최대한 친절히 응대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식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장이 아닌 배달 주문이 핵심 매출원이 됐기 때문이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대 배달앱’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는 2921만 건에 달한다.
‘별점’으로 대표되는 리뷰 시스템도 골치거리다. 배달앱 이용자들이 주문 전에 리뷰를 살펴보는 게 일반적이다보니, 1개의 ‘리뷰 테러’만으로도 손해가 극심하다. 리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의적인 악의 리뷰도 생겨나고 있다. 다른 경쟁 매장의 평점을 떨어트리기 위해 일부러 악의적인 리뷰를 반복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