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0일, 당시 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이자 우리 나이로 열다섯이었던 권승민 군은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유서를 남기고 자신이 살던 7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세상과 이별했다. 바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었다. 이후 그 이듬해 6월까지 중·고생 9명이 학교폭력, 성적 비관 등으로 자살을 시도해 이 중 7명이 숨졌다.
‘학교폭력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권군의 ‘비극’ 한 달여 만인 2012년 2월 6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 당국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권군을 비롯해 학교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들의 부모 등 주변 사람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폭력에 희생된 아이들이 생각나) 펑펑 눈물을 흘리며 대책을 마련했다”는 한 실무자의 전언도 생각난다. 당시 교과부를 담당했던 기자는 해당 대책이 비록 급하게 나왔지만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학교폭력은 화장실 같은 ‘양지’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같은 ‘음지’로 숨어들었다. ‘폭행’과 ‘협박’은 ‘카톡 감금’과 ‘페메(페이스북 메시지) 폭언’으로 ‘진화’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창궐한 이후 비대면수업이 늘어나면서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각의 헛된 기대는 틀린 망상이 됐다. 이는 지난달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학교폭력 중 사이버폭력 비중은 2018년 8.7%, 2019년 8.9%였다가 지난해 12.3%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해장소 역시 ‘학교 밖’이라는 응답은 2018년 30.5%에서 2019년 25.1%로 줄었다가 2020년 35.7%로 1년 사이 10% 이상 늘었다. 최근 가수 진달래, 여자프로배구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 선수에 대한 폭로로 촉발된 ‘학교폭력 미투(폭투)’를 보면 정부는 10년간 조사를 하고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냐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권군은 1997년생이었다. 쌍둥이 자매도 1996년생으로, 9년 전 대책이 나왔을 당시 이번에 폭로한 동창들과 한 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최근 ‘폭투’가 불거진 스포츠계·연예계 인사들의 나이도 대부분이 그 또래다. 과연 대책이 현장에 안착돼 실효를 거뒀는지에 대해 의문만 남는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코로나19도 중요하지만 학교폭력을 단순히 체육계와 문화계에 걸친 사태로 보지 말고, 전 사회 전반적인 병폐로 여겨 범부처적으로 다시 한 번 꼼꼼히 조사해서 근본적으로 확실히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시행해야 한다.
9년 전 한 신문에 실린, 극단적 선택 7시간 전 엘리베이터 안에 쭈그리고 앉아 고민하며 눈물을 흘리던 한 고교생의 모습을 기자는 아직도 기억한다. ‘폭투’가 최근 잇달아 나오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학교폭력은 어린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평생의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군처럼 자신의 목숨도 내던지게 만들 수 있다. 학교폭력은 꼭 근절해야 한다. 그 가해자도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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