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꾼” “한국어로 하라” “신사참배”….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한 얘기들이다. 이번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포스코, GS건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현대중공업 등 건설·제조·물류 분야 9개 기업 CEO들이 참석했다. 업계의 최근 산업재해와 관련 실태를 짚어보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사상 첫 산재 청문회였다.
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산재 예방에 대한 대책보다는 국회의원들의 ‘기업인들 망신주기’식 청문회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는 출석한 기업 대표들에게 면박을 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며 산재 예방과 기업들의 대책을 듣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대는 잠깐. 본격적으로 청문회에 들어가자 대안보다는 면박주기, 윽박지르기, 가짜뉴스로 기업인들에게 질문공세를 펼쳤다. 이미 청문회의 본연이 퇴색됐다.
기업에서는 이번 청문회와 관련해 많은 준비를 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없이 산재 예방과 관련해 나름 선진국을 참고해 국내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 안전예방에 대한 투자 등 청문회에서 산재 예방에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인들만큼 국회에서도 새로운 산재 예방 대책 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뜬금없이 본안과 다른 ‘신사참배’ 질의가 논란거리가 됐다. 시작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 참석해 도쿄 시내 절을 방문한 것을 두고 신사참배한 것 아니냐고 질의한 것이다. 포스코 측은 최 회장의 신사참배는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해당 종교시설은 일본 정토종을 대표하는 불교 사찰로, 국내 여행사에서도 관광투어 코스에 포함시킬 만큼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노 의원의 질의가 문제였다. 노 의원은 민주당이 가짜 뉴스에 대응하겠다며 만든 미디어·언론 상생 TF(태스크포스)단장이다. 가짜뉴스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책임자가 사실상 가짜뉴스로 알려진 뉴스로 기업인을 몰아세우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외에도 외국인 대표에 대해 “한국말을 하라” “허리지병 진단서, 보험사기꾼이나 내는 것” “문 열면 지옥이고, 대표는 저승사자” 같은 막말까지 쏟아졌다.
현장 안전사고에 대해 기업들에 책임을 추궁하고 질타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의원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반대, 잘못만 지적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말이다. 기업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예방할 수 있다. 기업들이 앞으로 안전사고 예방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따끔한 지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윽박지르기’ ‘막말’ ‘면박주기’만 이어지고 대안 마련이나 대책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국회의원들의 말처럼 위험의 외주화는 멈춰야 한다. 사람의 생명이 기업의 이익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막말, 면박주기, 망신주기식의 청문회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청문회는 국회가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이나 진상 규명·입법정보의 수집·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게 하는 법률제도지, 기업인들에게 면박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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