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정부 부동산정책 불신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젊은 세대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20~30대는 공정함이 무너졌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까지 팽배해지고 있다.
4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20~30대는 이번 LH 투기 의혹에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신규 택지 확보, 개발 업무를 하는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정보를 알고 투기했다는 의혹에 공분이 이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광주 본가로 내려가 1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8) 씨는 “일반인들은 바늘 구멍을 뚫고 취업하더라도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허덕이고, 결혼하더라도 내 집 마련은 당장 이룰 수 없는 먼 꿈일 수밖에 없다”며 “청년층에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LH 직원들이 정작 자신들은 투기에 앞장섰다니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전셋집에 살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윤모(35) 씨는 “최근 집값이 너무 뛰어 구축 아파트 매매도 어려워졌고, 청약 가점이 낮아 새 아파트는 꿈도 못 꾼다”며 “우리는 전셋값이 또 얼마나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번 뉴스를 보고 화가 나는 걸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내 집 마련을 못했다는 자영업자 김찬샘(36) 씨도 “LH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에 대해 분통이 터진다”며 “이게 문재인 정부에서 이야기한 평등한 기회인지 다시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전수조사를 통해 정부·공사 직원들의 투기 사례를 발본색원하고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경기 성남시 판교 지역에 사는 주부 이모(34) 씨는 “LH나 국토교통부 직원들이 일가족을 동원해 미리 신도시에 투자한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많았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친척 명의 등으로 투기한 사례들을 모두 찾아 파면, 환수 등 강하게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공혜정(30·여) 씨도 “반드시 모두 찾아내 옷을 벗기는 것은 물론이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이번 의혹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마저 커졌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직장인 신모(34) 씨는 “그렇잖아도 정부 3기 신도시 계획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까지 감당하며 집을 사기 위해 피땀 흘리는 청년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자기들 배 불리는 일이 아녔나 의심이 든다”며 “정부 주택 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 낮아지는 계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강승연·채상우·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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