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검사, 내부망에 상소문 형태 글 게시
“앞으로 청와대 거론 사건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며 풍자
“공수처는 수사 후 왜 스스로 기소를 결정하나” 비판도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일선의 현직 검사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골자로 한 입법안에 지지를 보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노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법무부장관님, 살려주십시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예산과 관련, ‘의원님, 살려주십시오라고 말해보라’던 박 장관의 발언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상소문 형태의 글에서 박 장관을 지목하며 “검찰의 수사권은 중대범죄 여부를 막론하고 완전히 박탈당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명쾌히 알려주셨다” 운을 뗐다. 이어 “현재 중대범죄로 취급하여 수사 중인 월성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등에 대해 수사를 전면 중단함은 물론,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등의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공소를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습니까?”라며 풍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앞으로도 어떠한 중대범죄, 부패범죄가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조용히 묻어버리고 수사를 금하며 그러한 사실이 절대로 밖에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저희는 그저 심히 무지한 탓에 범죄가 의심되면 사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를 함이 본분인 줄 알았을 뿐”이라며 “이제부터 저희 검찰은 분수를 알고,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수사하되, 아무리 의심이 들더라도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그 밖의 고관대작님들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건은 감히 그 용안 서린 기록을 쳐다보지도 않겠나이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제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소 여부 결정’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사실관계와 법리를 조사해보아야 할 것이고 그게 바로 ‘수사’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콕 짚어 주소서”라며 “그러면 왜 저번에 만드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를 하고 나서 스스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지요”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행히도 장관님께서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주시겠다고 먼저 길을 터주시어 위와 같이 여쭌다”며 “고매한 뜻을 감추지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하명해주시면 저희 검찰, 다시는 거역하지 아니하고 완수하겠나이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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