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학술지 등 잇따라 램지어 비판
엘스비어 출판사, 편집진에 함구 요청
편집진 아니라 출판사 의지대로 인쇄
학계, 램지어 규탄 대열에 속속 가세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미쯔비시 일본법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싣기로 한 학술지가 인쇄본 발간과 무관하게 문제의 논문이 이미 "최종적이고 공식적"으로 출판된 것이라며 인쇄 강행을 시사했다.
9일(현지시간)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에 따르면 이 학술지는 최근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우려 표명' 공지문을 업데이트해 "저널은 전체 호(號)가 완성되고 인쇄본으로 나오기 전에 개별 논문이 최종적이고 인용 가능한 형태로 온라인 출판된다는 '논문 기반 출판' 방식에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IRLE는 그러면서 "이 논문은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출판물로 간주되며, 색인화와 아카이브 서비스로 이미 보내졌다"고 밝혔다.
이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이미 온라인으로 발간돼 IRLE 3월호에 배정됐기 때문에 "최종적"이라는 네덜란드 출판사 엘스비어의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역사학자들을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이 램지어 교수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반박문을 잇따라 발표하고 해당 논문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술지 인쇄본에서도 문제의 논문이 그대로 출판될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IRLE는 공지문에서 "저널은 논문의 역사적 증거에 대한 우려들과 관련해 저자와 논의 중"이라면서 "여러 전문가 검토위원들에게 '출판후 코멘트'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논문이 포함된 온라인 (3월)호는 '우려 표명'과 그 밖의 다른 업데이트 등 글을 추가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위 논문(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을 포함한 저널 인쇄본은 작업이 끝나자마자 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이 학술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로저 놀 미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명예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출간하기로 한 IRLE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낸 개인 성명에서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 논문을 출간하기로 한 IRLE의 논문 심사와 편집 절차를 믿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학술지에 논문 2편을 게재한 사람으로서 매우 슬프고 경악한다"라며 "이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내 과거의 결정을 지금 후회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5명의 일본사 연구자는 지난달 18일과 26일 IRLE의 에릭 헬런드 편집장에게 2차례 공개 편지를 보내 논문 게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출판사 엘스비어 측은 램지어 교수 논문 게재 여부를 편집진이 아닌 출판사가 직접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출판사는 학술지 편집자들은 엘스비어에 고용된 계약자 신분일 뿐이라며 편집자들에게 관련 논란에 대해 함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에서는 전문가로 구성된 편집진이 아니라 출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것에 황당하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엘스비어는 과학기술 전문 국제학술 출판사로 랜싯, 셀을 포함해 매년 2500여종의 학술 저널과 2만여권의 단행본을 출판한다.
115년 전통의 미국 유력 학술지 '미국 정치학평론'(APSR)의 편집자 12명 전원은 지난 2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성명을 내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 비판에 동참했다.
이들 편집진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에 실린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전쟁의 성계약' 논문과 관련된 경제학자들의 연판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에 동참한 12명의 실명과 소속, 직함을 상세히 공개했다. 수석 편집자인 클래리셔 라일 헤이워드 워싱턴대 교수와 켈리 카데라 아이오와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정치학, 여성학, 성평등 분야를 전공한 미국·캐나다 내 대학 소속 교수다.
지난달 말 마이클 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학계에 회람했고, 여기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 1000여명이 연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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