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세희 기자] “(이건희) 회장님 떠나시고 직원 생각하는 사람은 더이상 없다. 우리 스스로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
“그래도 남들보단 잘 받고 있다는 믿음, 인재 제일이라고 노력한 만큼 보상해준다는 믿음으로 버텼는데…”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중인 삼성전자의 사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연봉인상률이 반영되는 3월 월급일(21일)이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는데도 연봉 협상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노사협의회와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매년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협상을 완료하고 3월 21일 인상된 급여를 지급해왔다. 직원들 사이에선 임금협상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회사가 실적에 비례해 연봉을 인상하지 않으려는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15일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종합하면 최근 삼성전자 직원들이 올해 연봉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작년에 한 직원은 “무노조경영의 핵심은 선제적 보상이 있었다”면서 “노조가 없어도 회사가 섭섭하지 않게 보상해주겠다는 것인데 지금의 삼성은 역대 최고 매출을 내도 어떻게든 인건비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은 “대표는 월급 2.4배 올리고 직원들은 2.5% 주는데 사기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 역시 “베이스업 0% 때에도 회사가 어려우니까 이해해줬는데 이젠 자기네 배만 채우려고 한다”면서 “똘똘한 학생들은 기피하는 회사가 될 것이고 기존 임직원들은 이탈하거나 의욕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직원들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최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연봉을 20% 올린 것을 두고 박탈감을 표하기도 했다. 네이버 등 국내 IT업계 연봉상승률과 비교하며 회사의 위치에 비해 임금상승률이 너무 낮다는 글도 다수 보였다.
한 직원은 “전세계 영업이익이 9위로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보다 높은데 현실은 현대차보다 연봉이 적고 LG전자에 기본급을 역전할 위기”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올해 연봉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할 의사를 묻는 투표가 올라오기도 했다.
한 작성자는 최후의 수단으로 단기 파업이라도 할 의지가 있는지 한번 보자면서 파업 여부를 물었는데, 투표인원 312명 중 55%(173명)가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주변 분위기에 따라 다를 것 같다'가 35.9%(112명)이었고, '자신없다'는 8.7(27명)에 그쳤다.
온라인상이지만 삼성전자 직원들이 임금 협상 결과에 대해 파업 여부까지 논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등에서 성과급 논란 이후 그동안 금기시 됐던 임금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된 데다, 삼성전자가 작년 무노조경영을 포기한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 연봉협상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연봉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자 노조 가입 수도 부쩍 늘었다. 삼성전자 노조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만에 노조원 수가 500여명 이상 늘었다.
직원들의 이례적으로 격한 반응은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되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임금인상률이 적을 것이라는 직원들의 우려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라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책임지는 기업의 총수가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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