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이스트빌리지 활동 작가 릭 프롤 개인전

릭 프롤, Smoke, 1983, Oil on canvas, 128 x 174 cm [사진제공=리안갤러리]
릭 프롤, Smoke, 1983, Oil on canvas, 128 x 174 cm [사진제공=리안갤러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1980년대 이스트빌리지는 모든 건물이 불타고, 비어있었습니다. 전세계의 젊은 작가들이 이스트빌리지로 모여들었죠. 마돈나도 그 중 하나였어요. 부유하면서도 가장 가난한 곳이었으니까요. 나는 베트남 전에 2년간 참전했는데, 이스트빌리지의 생활이 전쟁보다 더 힘들었어요. 작가들이 그렇게 살면서 그린 그림입니다" (최동열 웨이브아이 대표)

창문은 깨지고, 건물은 불탔다. 그 속에서 사는 작가는 스스로를 손이 잘리고, 목엔 칼이 꼽혀 피가나고, 깨진 술병을 들고 화를 내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바스키아의 친구이자, 1980년대 이스트빌리지의 산 증인인 릭 프롤(63)의 작품이다. 당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릭 프롤의 국내 첫 개인전이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릭이 바스키아보다 더 센 작가라고 당시에는 평가했어요. 둘이 굉장히 친했죠. 프롤이 바스키아의 마지막 보조작가였어요" 최동열 대표의 증언처럼 프롤의 화풍은 바스키아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이가 그린듯 거칠고 천진난만하지만, 프롤은 세계 최고 도시 뉴욕의 이면과 생활상을 캔버스에 옮겼다. 폭력과 마약, 무정부상태로 버려진 당시 뉴욕의 붕괴상태를 보여준다. 깨진 창문과 창틀, 부서진 문짝도 '파운드 오브제'로 작품에 활용했다.

릭 프롤, Bandage, 1982-3, Oil on canvas, 223.58 x 170.2 cm[사진제공=리안갤러리]
릭 프롤, Bandage, 1982-3, Oil on canvas, 223.58 x 170.2 cm[사진제공=리안갤러리]

프롤은 또 같은 시기를 점유하던 작가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목이 잘린채 손에 붕대를 감은 인물을 묘사한 '붕대'(Bandage)는 독일 표현주의 작가인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1880-1938)의 '군인 차림의 자화상'에서, 파운드 오브제는 로버트 라우셴버그(1925-2008), 장 팅겔리(1925-1991), 고든 마타-클락(1943-1978)의 작업과도 연관이 있다.

분노와 좌절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방 구석에 앉거나 서 있는 인물은 늘 칼에 찔리거나, 칼에 찔려 죽은 나체를 어깨에 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세인트 애고니'(Saint Agony)는 창문이 깨진 누추한 방에서 입에 칼을 꽂고 환각을 느끼며 고뇌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강마른 얼굴이지만 눈빛만은 형형하다. 중력과 전혀 상관 없이 전구, 파이프, 싱크대, 깡통, 책, 냄비, 뱀 등이 떠다니며 마약에 의한 환각을 은유한다. 리안갤러리 측은 "그로테스크한 긴 형태의 인물과 도시 이미지를 강렬한 색채로 대담하게 표현해 1980년대 뉴욕의 어두운 면, 테러와 폭력을 들여다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왜 바스키아와 키스해링만 유명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당시 이스트빌리지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은 독특한 정서를 공유한다. 릭 프롤은 특히 최근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리안이 소개했던 작가와 결은 약간 다르지만, 어떤 작가와 매치해도 훌륭하게 어울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24일까지.

vicky@heraldcorp.com

릭 프롤, Es Nada(Mort Sublte), 1985, Mixed media on found window frame, glass, 104 x 86.5 cm[사진제공=리안갤러리]
릭 프롤, Es Nada(Mort Sublte), 1985, Mixed media on found window frame, glass, 104 x 86.5 cm[사진제공=리안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