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연소 잠룡 ‘불공정 필망국’ 소신
의원활동도 공정한 시스템 구축 올인
재벌개혁·유치원3법 이끈 경험이 자산
무능진보 극복할 경제 식견·능력 무장
하고픈 일 최선 다하고 보상 확실하게
‘자기 가치가 실현되는 행복국가’ 목표
친문·진영논리의 안온함 대신 힘든 길
대선 의식 소신 감추는 비겁함은 사양
“박용진을 보고 다들 ‘비주류’라고 하는데, 바로 거기에 에너지가 있습니다. 기득권 카르텔로부터 자유로운 비주류가 세상을 바꾸지, 왜 주류가 바꾸려 하겠습니까? 우리 사회에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다 자기 힘으로 일어난 비주류였습니다. 저도 비주류고 변방의 인물이지만 제 발로 딛고 서는 정치적 개척자이자 창업가가 되겠습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 출사표를 던진 박용진(50)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여권 내 거론되는 10명 이상의 잠룡 중 유일한 1970년대생인 그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선두주자답게 이날도 자신감 넘치고 소신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는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이 겁나고 벅찰 법도 한데, 당찬 자신감이 차고 넘쳤다.
박 의원은 현대자동차 제작 결함 문제를 파고들어 리콜을 이끌어냈고, 사립 유치원 회계 비리를 폭로해 ‘국정감사 스타’로 등극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최근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온 ‘주식시장 공매도’ 시스템의 제도 개선 움직임도 주도해 박수를 받았다. 그가 추구하는 시대정신인 ‘공정’과 맞닿은 행보다. 그는 “정치인이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말보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먼저 봐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不)공정 필(必)망국”이라면서 “박용진의 공정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공정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내세운 정책 브랜드는 ‘행복국가’다. 행복을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행복추구권을 담은 헌법 제10조를 차용해 대선캠프 이름도 ‘헌법10조위원회’로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을 준비하기 위해 박 의원이 만든 싱크탱크 이름도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다. 그의 구상엔 사회적 균등, 질서, 기회·공정한 과정이 포함돼 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왜 박용진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
▶국민이 바라고 기다리는 지도자는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불공정·불평등 문제에 ‘용기 있게 맞서는’ 대통령이다. 그러려면 기득권 네트워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박용진은 그동안 용기 있게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온, 국민께서 원하는 젊은 지도자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 민주당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1992년 대선에서 민중 후보였던 백기완 선생을 도왔다. ‘우리의 주장이 옳은 것 같은데 왜 국민이 안 찍어줄까’ 생각해본 계기가 됐다. 평소 신뢰를 쌓고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2000년 국회의원 총선 때 만 28세 나이에 민주노동당을 만들고 그때부터 강북 지역에서 뛰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진보적 정책 제안도 ‘실현’이 돼야 국민 삶이 바뀐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소수파만 데리고 민주당과 통합의 길에 나섰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인가?
▶정무위원회에서 대기업의 갑질 문제를 지적하다가 갑작스레 교육위원회로 갔다. 교육위에서 유치원 3법을 해냈지만 대기업 개혁 이야기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전국을 돌며 경제민주화 강의를 100회 이상 했다. 언론에서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려 하는 내 스스로의 열정, 그것을 뒷받침하는 성실함과 사명감을 스스로 점검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대선에 나가는 자신감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97세대 선두주자로서 86세대 선배들에 비해 무엇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제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능력과 식견을 갖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내 정치노선은 ‘먹고사니즘’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능숙해야 한다. 보수에서 우리를 비판했던 게 ‘경제에 무능하다’였는데 나는 경제에 유능할뿐더러 경제관료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국가지도자라는 건 중요한 차별점이다. 평화, 인권, 통일, 민주주의도 우리 사회 중요한 가치지만 경제, 금융, 자본시장 불공정 등 문제에서 관료들과 직접 토론하고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개혁지도자라고 생각한다.
-86세대는 아직 자신들이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장강의 앞물은 스스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뒷물이 밀고 나가는 것이다. 내가 장강의 뒷물이 돼 시대를 과감하게 바꿔 나가겠다. 내가 밀고 나가야 30~40대가 쭉 따라올 수 있다. 당은 더 젊어져야 하고, 우리 정치는 더 격렬하게 바뀌어야 한다. 우리도 30대 장관, 40대 총리 되는 나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박용진의 대표 정책 브랜드는 무엇인가?
▶ ‘행복국가’다. 복지국가와는 다른, 더 넓고 더 높은 차원의 개념이다. 복지는 ‘안심’이다. 질병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사고로부터, 가난으로부터의 안전망이다. 하지만 행복은 ‘자기 가치가 실현되는 것’으로, 각자의 기준이 다르다. 국민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때 성과를 보상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위험할 때 도와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행복국가에는 사회적인 균등, 질서, 기회·공정한 과정이 다 포함돼 있다.
-‘행복’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느낌인데.
▶현재 각 분야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본 골격은 ‘국민자산 5억 성공 시대’다. 이미 구상을 공개해놨다. 국민 복지행정 통합 서비스 플랫폼 구축 등 앞으로 디테일하게 내놓을 것을 준비 중이다. 추상적인 건 오히려 기본소득 같은 것이다. ‘추상의 골짜기’에서 공상과학소설을 듣는 느낌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나는 기본소득 찬성주의자고, 기본소득법 제정하자는 발의에 동참했다.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은 찬성한다. 그런데 ‘증세 없이 세출 조정으로 50조원을 동원해서 월 8만원씩 나눠줄 수 있다?’ 그 말은 문재인 정부가 세금을 낭비하고 엉뚱한 데 돈 쓰고 있다는 것이냐. 동의 못한다.
-민주당 내 소신파로, 이른바 ‘친문’에게 비난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은 박용진한테 ‘내부 총질’한다고 하는데, 나는 ‘내로남불’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쪽 사람들 잘못이나 흠, 문제가 있으면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솔직한 것이다. ‘교육과 병역은 국민의 역린이다’는 평이한 말이, 조국·추미애 전 장관 ‘디스(비난)’가 돼버린다. 친문과 진영 논리가 주는 안온함을 거부할 때, 진짜 힘들고 외롭긴 했다. 그런데 어쩌겠나. 이제 와서 대선 나가야 하니까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핵심 세력의 지지가 필요하지 않나?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자기 생각을 숨기거나 소신을 감추는 건 비겁한 것이다. 나는 내 생각을 담담하게 말씀드리는 것뿐이고 일부러 미움받으려고 밉상짓 하는 게 아니다. 나는 민주당원이 매우 합리적이고 포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본다. 박용진도 그렇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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