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불가능 기업 지원은 배임
시장중심 구조조정 전환 강조
금융위 “가능한 살리자”와 차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책은행으로는 드물게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배임’ 위험을 언급했다. 쌍용차 지원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다. 일자리, 지역경제 파장 등을 고려해 산업은행이 부실 기업을 무리하게 떠안던 과거 구조조정 방식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지원에 대해 “지속가능한 사업성 담보 없이 돈을 넣을 경우 배임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원에 앞서 ▷잠재적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고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증빙을 제시되며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서가 제출될 것을 요구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산은이 외부전문가의 객관적 타당성 검증 통해 지원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강조했다.
산은 회장 임명 제청권자인 금융위원회의 입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쌍용차는)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좋다”라며 “이 회장과도 살리는 방향으로 논의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날 “살릴 수 있다면 살려야 하지만, 이대로 살릴 수 없다면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쌍용차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 회장은 “본(本)은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고, 말(末)은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다”라며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그간 여러차례 쌍용차에 대해 강조해왔던 “돈 만으로 회사를 살릴 수 없다”는 말도 다시 언급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의 사업성이 확인되더라도 산은의 지원 방식은 ‘대출 형식’으로 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지분 투자에 비해 훨씬 한정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의 중심축으로서 ‘혈세 낭비’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일단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 책임을 떠맡았다. 하지만 이 회장 체제에서는 최대한 시장에 구조조정을 맡기고, 산은은 금융 지원의 역할에만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 회장은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을 빠른 속도로 민간에 매각, 산은의 책임 범위에서 떼어냈다.
이는 이 회장이 이날 궁극적으로 구조조정 시장이 ‘채권금융기관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읽힌다. “채권기관 중심 구조조정은 채권 회수 극대화에 방점을 둬 경영정상화 어렵다. 이 회장이 제시한 시장중심 구조조정은 채권단과 경영진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_이 지지부진할 경우 사모펀드(PEF)가 경영권을 인수해 정상화를 꾀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자회사로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고, 현재 대우건설을 지배하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은 시장 중심 구조조정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정리해고 등으로 구조조정 된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인수합병(M&A)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쌍용차는 현 대주주인 인도 자동차회사 마힌드라가 감자하는 대신, 미국 자동차유통회사 HAAH오토모티브가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검토되고 있다. HAAH는 최근 쌍용차 경영악화로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산은은 HAAH의 투자가 확정되고 정상화 계획이 타당해야 자금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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