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건축과장서 사장으로

이화산업부지 공장 신축안 통과

아파트와 12m 거리 20층 건물

주민들 햇빛·조망권 차단 ‘분통’

반도보라빌(왼쪽) 15층짜리 아파트 동에서 불과 12m 앞에 떨어진 공장부지(오른쪽 붉은벽 안). 내 집 거실 앞으로 20층 높이 건물이 들어서는 계획을 뒤늦게 안 아파트 입주민들이 서울시에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다음 로드뷰 캡처]
반도보라빌(왼쪽) 15층짜리 아파트 동에서 불과 12m 앞에 떨어진 공장부지(오른쪽 붉은벽 안). 내 집 거실 앞으로 20층 높이 건물이 들어서는 계획을 뒤늦게 안 아파트 입주민들이 서울시에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다음 로드뷰 캡처]

서울시 영등포구에 오랜 기간 방치돼 온 이화산업 부지(당산동 5가 9-4, 9-9)에 20층 규모 아파트형 공장(지식산업센터)을 짓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영등포구가 지난해 7월 건축위원회 심의를 열어 전체 연면적 8만3755.68㎡, 지상 20층·지하 4층 규모의 아하트형 공장 신축안을 통과시켜서다.

그런데 이 부지 개발 설계를 맡은 J건축사사무소 사장 A씨는 건축 심의를 받기 불과 1년 전 영등포구청 건축과장으로 재직했다. 구청에서 건축심의와 각종 건축 관련 인허가 업무를 보던 A씨는 2019년 6월 말 건축과장직에서 물러난 뒤 2020년 1월부로 J사에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불과 6개월 만인 7월에 영등포구는 해당 부지 개발안 심의를 통과시켰다. 원소유주인 이화산업 종속회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지를 영흥개발에 매각한 뒤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자 인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15층 높이 아파트 남측 거실 앞으로 불과 12m 떨어진 거리에 20층 짜리 건물이 떡하니 들어설 판이어서다. 햇빛은 물론 조망이 아예 사라지고, 사생활조차 보장할 수 없다고 주민들은 호소했다. 주민 반발이 뻔하게 예상되는데도 ‘일사천리’로 일 처리가 된 배경으로 인근 주민들은 ‘토건마피아’를 의심하고 있다.

18일 서울시 시민옴브즈만위원회에선 영등포구 당산2동 반도보라빌, 성원상떼빌 아파트 등 입주민들이 지난해 11월 영등포구의 건축심의 문제를 제기하며 청구한 주민감사 안건을 다룬다. 시 시민옴브즈만위원회 관계자는 “영등포구의 건축심의 자체의 문제와 주민 정보공개 요청 시 자료제공 부실 등의 문제를 심의한다”면서 “빠르면 오늘 결론이 나 다음주 중 청구인에게 결과를 알리고 일반인에게도 공표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이유로 ▷영등포구 건축심의 내용이 ‘2030 서울플랜’과 ‘2030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 등 상위계획에 부합하지 않는 부당성 ▷해당 건축물이 경관심의 대상임에도 관련 법령과 기준에 따르지 않은 점 ▷20층 높이 공장이 건축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들었다. 또한 구청의 답변이 주민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소극행정의 전형이란 주장도 곁들였다.

이헌규 반도보라빌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구청은 건축심의도서 자료를 심의위원에게 건축심의 하루 전에야 제공했고, 영등포구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배치도를 보면 아파트 측에 근접한 기숙사동의 최고층수 기재가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1월부터 구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해도 소통하려 하지 않던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지난달 25일에야 주민과 면담 자리를 마련했다”며 “구청장 역시 거실 앞 12m 앞에 옥상 포함 거의 90m 건물이 들어오는 건 문제가 있어보인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이 입주민 대표는 또 “해당 개발안 설계를 담당하는 회사로 이직한 전 건축과장에 대해서도 업무취급제한, 청탁알선 등 법적으로 문제된 부분이 없는 지 살펴 공식적으로 관련 기관에 감사를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 측은 “건축심의는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이진용·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