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소송남발 방지책 없어 시장경제 훼손”
정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기업들의 소송비용이 최대 1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신규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투자에 써야 할 돈을 고스란히 소송비용으로 투입하는 셈이어서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25일 미국상공회의소 법률개혁원, 한불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집단소송제 도입사례와 한국에의 시사점’ 세미나에서 기업들의 과도한 소송비용 지출을 근거로 정부의 집단소송제 도입에 반대 의견을 재차 밝혔다.
전경련은 법무부가 지난해 9월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30대 그룹의 소송비용만 최대 1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30대 그룹이 소송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1조6500억원(추정) 대비 6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제도별로 보면 집단소송제 대응에 1조7000억원, 징벌적 손해배상 방어에 최대 8조3000억원의 비용 지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법무부안에 따르면 집단소송법은 일반 소비자도 50인 이상이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기업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다섯 배까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기업들은 법안들이 실제로 시행되면 각종 기획소송 등 손해배상 합의를 노린 소송이 무차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법무부안은 미국에는 없는 ‘원고 측의 입증책임 경감’이나 ‘소급적용’, ‘소송 전 증거조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국내 기업에 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원고)에겐 대략적으로 입장을 주장하는 것을 허용한 반면, 기업은 구체적으로 해명하도록 해 기업 측의 부담을 높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해롤드 킴 미국상공회의소 법률개혁원 대표는 “수십 년간 미국의 집단소송은 소송남발로 이어졌으며 특히 기업들에게 불리한 비대칭 양상을 보였다”며 “한국의 집단소송법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반을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무부안은 대표소송인 자격요건에서 ‘경제적 이익이 큰 자 등’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기획소송이 남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증권집단소송은 소송남발을 막기 위해 최근 3년간 3건 이상 집단소송에 관여한 자는 소송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집단소송법은 이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다비드-피에르 잘리콩 한불상공회의소 회장은 “프랑스에서는 소비자를 대신해 대표성이 있는 일부 비정부기구에 의해서만 집단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며 “손해배상의 경우 물질적 피해로 인한 소비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소송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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