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 25일 청와대 앞 회견…“고용형태 따라 백신접종” 주장

백신 접종 못 받은 간병인, 사흘에 한번 코로나 진단검사 받기도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 접종 대상 포함해 동의 물었어야”

지난 24일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다음달 1일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할 미국 화이자사(社)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저장고에 넣기 위해 상자에서 꺼내고 있다. [연합]
지난 24일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다음달 1일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할 미국 화이자사(社)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저장고에 넣기 위해 상자에서 꺼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긴병인 전모(62) 씨는 지난 2일부터 약 3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다섯 차례나 받아야 했다. 병원 내에서 72시간 내에 받은 진단검사만 인정해서 팔찌를 나눠주기 때문이었다. 고정적인 일자리가 없이 하루이틀짜리 단기 간병인으로로 일하는 전씨는 언제 다시 병원에 나가게 될지 몰라 짧게는 3일에 한 번 진단검사를 받기까지 했다.

전씨처럼 코로나19에 취약한 환자들과 직접적으로 부대끼는 필수 돌봄노동자들이 정부 백신 접종 기준에서 사각지대가 처해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미화원, 경비·보안직원 또는 가정에서 어르신이나 장애인을 돌보는 재가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호사 등이 보건의료인이 아니거나 직접 고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의료계 일부의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는 25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언제까지 방역을 운에 맡길 것이냐”며 “간병노동자, 외주용역노동자, 방문돌봄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모든 병원·돌봄노동자에게 백신 접종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의료연대는 “백신 접종 대상자에서는 배제하고 코로나19 검사만 반복하는 건 방역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전수조사해 접종 대상에 포함시키고 동의 여부를 물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경득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미화원이나 보안요원도 정규직인 경우 코로나19 환자와의 밀접도에 따라 백신을 맞는 등 병원마다 사정이 돌봄노동자 접종이 다르다”며 “코로나19 감염 위험이라는 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고용 형태에 따라 백신 접종 순서가 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게 의료연대의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는 돌봄노동자를 재난 시기에도 노동을 중단할 수 없는 필수노동자로 구분하면서도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치 취하지 않고 있다”며 “동선 관리 등 노동자 감시·감독만 강화할 게 아니라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덕규 의료연대 전국활동사지원지부 사무국장은 “장애인도 코로나19에 걸리면 치명적이라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하면 불안해하는 이용자들도 있다”며 “활동지원사들이 이용자를 대면하지 않을 수 없는 직종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을 활동지원사까지 확대해 저희도 맞고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의료연대는 정부가 ‘백신휴가’를 권고가 아니라 강제 조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원과 요양시설은 일상 시기에도 인력이 부족한데 정부가 권고 정도로 한다면 백신 휴가가 제도화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현장에서는 백신을 맞아 아픈 노동자들이 보장된 병가 요청을 해도 반려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