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미흡에 반년간 유예
소비자 권리 제한될 수도
마이데이터에도 유사조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시행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과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 대해 법규 위반이 있더라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 잇달아 내고 있다.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업계가 법규를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면죄부’를 부여한 모양인데, 소비자 보호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금소법 시행 하루 전인 24일 보험사의 보험상품 약관에 금소법령 내용이 기재되지 않더라도 향후 6개월간 제재 등의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냈다. 금소법 하위법령이 고작 시행 일주일 전에야 확정돼 수많은 보험상품의 약관을 모두 바꾸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법규를 어겨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금감원은 다만 “불완전한 약관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 우려 등을 반영해 ▷금소법을 준수하고 ▷보험가입자에게 금소법 내용을 안내문 등을 통해 설명하며 ▷약관 미반영으로 소비자와 다툼이 생긴 경우 소비자에 유리한 사항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금소법과 관련 고의·중대한 법령 위반 또는 감독당국 시정요구에 대한 불이행 건 이외에는 비조치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소법의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새로운 조치들을 담고 있어 준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아예 금융사 내부통제기준, 핵심설명서 마련,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설정 의무, 자문업자·판매대리중개업자 등록의무 등의 시행을 6개월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당국은 앞서 지난달 마이데이터 사업을 자유업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면서도 준비부족으로 개인신용정보 사용 동의제도에 관한 법규를 위반하더라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쇼핑 내역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활용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 등 동의제도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선해 정보주권을 실현하게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2월4일 시행일이 되도록 전산시스템 등 준비가 되지 못해 5월 말까지는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당국이 새로운 제도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준비가 덜 된 것을 비조치의견서라는 ‘셀프 면죄부’로 무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가 창의적인 금융사업을 발굴하거나 신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 차원에서 시행해온 ‘사전 면죄부’ 성격의 제도인데, 당국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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