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기능·독립성 강화 변화바람
투명성·혁신DNA 경영이식 주도
대기업의 이사회가 환골탈태하고 있다. 기존의 그룹 총수나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던 모습에서 경영 현안에 대한 합리적 토론과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선진적인 지배구조 기구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 등이 신설되는 등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 또한 감지된다.
재계에서 이사회 기능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SK그룹이 꼽힌다. 최태원 회장의 주도 하에 SK㈜는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신설해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강화키로 했다.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을 행사할 뿐 아니라 대표이사 평가, 사내이사 보수 심의 등도 맡는다. 이어 ESG위원회는 중장기 경영 전략이나 투자 사항 등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검증한다. SK㈜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배구조 혁신 전략을 오는 29일 주주총회와 30일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실시할 예정이다.
SK㈜의 지배구조 혁신 전략은 이사회의 견제 기능과 독립성을 높여 더욱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최 회장은 올해 들어 지배구조 혁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같은 이사회 변화의 바람은 다른 주요 그룹들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ESG위원회는 다수의 기업이 빠르게 수용하는 추세다.
대한항공과 네이버가 선도적으로 EGS위원회를 설치한 데 이어 카카오, 포스코 등도 올해 ESG위원회를 구성했다. LG그룹도 최근 모든 상장 계열사 이사회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기존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해 ESG 관련 분야로 안건 논위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 임원도 크게 늘고 있다.
현대차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한데 이어 LG전자도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롯데케미칼, 현대제철 등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는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EGS위원회 신설과 여성 임원 선임 등의 추세로 향후 이사회의 기능이 크게 변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대주주나 총수의 의사결정을 거드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사회 현안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실현하는 목소리가 이사회의 의사 결정을 통해 기업 경영에 스며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여성은 이사회 구성 다양성 측면에서, ESG는 기업이 이익만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특히 ESG는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수출을 할 때 국제표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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