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 ‘다원예술’ 서현석展

금호 영아티스트 문이삭展

서현석, X(무심한 연극), 2021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현석, X(무심한 연극), 2021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 금호영아티스트, 문이삭 개인전, Beam me up 전시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2021 금호영아티스트, 문이삭 개인전, Beam me up 전시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지난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세기의 기록이 나왔다. JPEG파일 5000개가 6900만달러(약783억원)에 낙찰된 것이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본명 마이클 윈켈만)의 작품으로, 진품을 보증할 수 있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로 발행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경매로 비플은 미국 조각가 제프 쿤스, 영국 출신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생존작가 3번째로 비싼 경매 기록을 갖게 됐다.

‘진품’, ‘실물’, ‘소유’가 주요한 키워드인 미술계에서 비플의 경매는 충격이다.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로 어느정도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가상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가 삼청동 미술관 두 곳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현석 ‘X(무심한 연극)’=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에 참여하는 6명의 작가 중 두 번째로 작품을 공개한 서현석의 ‘X(무심한 연극)’이 진행되고 있다.

VR체험을 기본으로 하는 이 전시는 실재와 실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약 40분간 VR을 쓰고 안내자를 따라 미술과 곳곳을 걸어다니는데, 최종적으론 VR속에서 본 장소와 VR을 벗고 만난 장소가 일치하면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서현석 작가는 우리가 늘 접하는 일상에 무대적 장치를 통해 낯설게 보는 시도를 늘 해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VR을 통해 관점의 환기와 감각의 괴리를 극대화 한다. 평평한 전시실 바닥은 VR영상 속에선 천길 낭떠러지의 미로고, 층고 높은 복도에선 공중에 떠다니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VR속 안내자인 아이의 손을 잡고 망망대해에서 끌려다니다 어느 순간 물 속에 빠지면 갑자기 현실로 돌아오는데, 한바탕 꿈을 헤맨 듯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순간 모호하다.

칸트는 우리 감각이 체험하는 세계에 대해 실존하는 무엇이 아니며, 그 실체엔 닿을 수 없다고 했다. 전시제목의 ‘X’는 철학자 칸트의 ‘인간이 체험하고 사유하는 현상 너머에 도사리는 관념을 뜻하는 X’에서 따온 것이다. 인식하지 않으면, 존재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식하는 가상은 정녕 허깨비에 불과한 것일까? 전시는 4월 16일까지.

▶금호미술관 ‘2021 금호영아티스트’ 문이삭=선행자와 모방자가 있다고 치자. 더 가치가 있는 쪽은 무엇일까? 심지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더 착한 쪽은? 우리는 대부분 ‘선행자’에 크레딧을 준다. 그러나 이같은 관습이 과연 2021년에도 유효할까.

금호미술관에서 ‘2021 금호영아티스트’전에 참여하는 문이삭 작가는 이처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의 전시에는 뒤샹의 자전거 바퀴를 모방한 것이 분명한 어느 가게의 보드사인을 합성수지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색까지 칠해 그리기와 만들기의 중간 정도의 제작물로까지 보인다. 팝 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스퍼 존스의 ‘세 개의 깃발’을 제작한 뒤 이를 온 몸으로 우그러뜨리듯 조형했다. 박이소 작가의 ‘밝은 미래가 꺼진다’도 합성수지 플라스틱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차용에 차용을 거듭하는 문이삭의 작품은 작가가 선행자인지 혹은 작품이 선행자인지 묻는다. 선행자의 작품은 가치가 있고, 모방자의 작품은 아무 의미가 없을까? 모방을 양분으로 공감을 무기로 하는 현대미술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다. 제프 쿤스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수차례 고소당하고 패소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제프 쿤스를 기억하고 그의 작품을 추종한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