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화이트큐브 세번째 박서보展
양혜규, 세계 6개 갤러리와 ‘전속’
국립현대-美구겐하임 공동기획도
獨ZKM 오는 9월 김순기 개인전
대만 시립미술관도 온라인 서예전
유진상 계원예술대학교 교수
“한국미술 ‘BTS 만든 기획력’ 필요”
지난달 17일부터 영국 최고 갤러리로 꼽히는 화이트큐브에서는 한국 단색화의 대가 박서보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동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완판’ 기록을 세운 이래 세 번째 전시다. 앞서 2019년엔 독일 노이스 랑엔파운데이션에서 제자 작가인 김민정과 2인전을, 10월엔 파리 페로탱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현대미술작가 양혜규는 전세계 6개 갤러리와 ‘전속’을 맺고 있다. 한국의 국제갤러리를 비롯 벨기에, 프랑스, 미국, 독일, 멕시코 등 그를 대표하는 지역별로 갤러리가 다르다. 뿐만이랴,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전시도 잇달아 열렸다. 2019년 10월 재개관한 뉴욕현대미술관(MoMA)는 양혜규의 개인전 ‘손잡이(Handles)’를 ‘도널드 B. 캐서린 C. 마론 아트리움’에서 지난 2월 28일까지 개최했다. 바닥과 벽면에 기하학적 벽화와 방울이 달린 움직이는 조각,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중 ‘도보다리 회담’에서 녹음한 새소리가 함께하는 이 작업은 “패기 넘치는 에너지로 공간을 채운 훌륭한 작품”이라는 현지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 ‘기생충’과 K-팝의 BTS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에 이어 미술에도 한류가 불고 있다. 대중문화에 비하면 그 규모나 위상은 작지만, 독창성과 열정으로 무장한 한국작가들을 세계미술계에서도 지켜보고 있다. 아예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는 경우도 많다. 업계에서는 국내미술시장 규모가 4000억원 수준에서 수년째 답보하고 있어 일찍 해외시장으로 진출한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고도 본다. 더불어 최근엔 기관들도 미술 한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아방가르드 :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전을 공동 기획한다. 전후 한국현대미술사를 보여주는 전시로 이건용, 이강소, 이승택, 김구림, 성능경 등 실험 미술의 대표작가들의 작품이 소개할 예정이다. LA 최대 현대미술관인 LA카운티뮤지엄(LA County Museum of Art·LACMA)과는 ‘한국 근대미술전’을 공동 주최한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 근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는 회화와 조각 140여점이 내년 9월 전시될 예정이다. 그간 LA카운티뮤지엄에선 한국의 현대미술을 무게감 있게 조명해 왔지만, 한국 근대미술을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독일 미디어센터 ZKM은 오는 9월 한국작가 김순기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체한 ‘김순기: 게으른 구름’의 순회전으로, ZKM에서 요청해 개최가 확정됐다. 대만 시립미술관은 서예전 ‘미술관에 書’의 순회전을 국립현대미술관에 제안했다. 코로나 탓에 온라인 개막했지만, 유튜브 전시영상을 보고 요청한 것이다. 양 기관은 2023년 전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작가로 선정된 문경원·전준호는 2021년 하반기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전시를 예정하고 있다.
세계미술시장에서는 1점에 1000만달러(약 113억원)를 넘는 슈퍼스타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글로벌 메이저 이브닝 경매에서 낙찰 기록, 작가에 대한 학문적 뒷받침,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 등을 꼽는다. 문화적 저력이 뒷받침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김환기 화백의 푸른 전면점화 ‘우주’가 지난 2019년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8800만 홍콩달러(약 132억원)에 낙찰되는 등 그 가능성을 보였지만, 한국미술이 서양미술 위주의 세계 주요 미술사에 편입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유진상 계원예술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미술은 제도나 교육시스템, 비평 등 기본적인 구조는 갖추어져 있지만 막강한 기획력에 바탕을 둔 파괴적 콘텐츠가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K-팝이 기획의 힘이듯 한국미술도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필요하다. 해외 슈퍼스타급 작가들은 프로덕션으로 움직인다. 기획하고, 투자 받고, 그것으로 다시 작품을 만드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BTS처럼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선 작가 개인의 역량, 갤러리의 유통 네트워크에 기댄 판매를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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