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 금융지원 효과

‘좀비기업’도 연명 가능해

정책 종료시 빚부담 급증

연착륙·선제구조조정 필요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미국의 파산신청 건수는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으로 당장의 현금 흐름에 숨통이 트인 효과를 본 것인데, 단지 시간만 유예해줬을 뿐 머잖아 파산자가 다시 속출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연체율 등 가계의 재무건전성 지표들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착시 효과’일 뿐 질서있는 출구전략을 세우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부채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30일 법률 서비스기업 에픽의 통계자료를 보면지난해 챕터7(파산법7조)에 따른 미국의 개인 파산은 전년대비 22% 감소했고, 챕터13(13조)에 의한 개인 파산은 46% 줄었다. 챕터7는 완전 파산한 개인에게 주로 적용되는 법률로 부채 및 자산을 정리해 채권자에게 나눠주고 부족분은 법적으로 청산해주는 과정을 거친다. 챕터13은 개인 또는 소규모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회생절차의 일환으로 벌금 등 약간의 채무 변제가 가능하다. 반면 상업용 파산은 지난해 29% 증가, 챕터11(11조)에 따라 7100곳의 기업들이 파산을 신청했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정부 조치로 파산율을 일시적으론 낮출 수 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부채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단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야로미르 노사 보스턴 대학 교수는 “미래에 사람들은 대유형 이전에 감당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증가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위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이 안에는 숨겨진 더 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폭발적인 부채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문의 전체 빚은 4146조원으로 1년 새 364조원(10%)이 늘었다. 국내총생산(GDP·명목) 규모의 215.5%에 달하는 규모다.

그럼에도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조치 등으로 작년말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28%로 1년 전보다 0.09%포인트 감소했다. 기업대출은 연체율(0.34%)이 전년말 대비 0.11%포인트 떨어졌다.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비율)도 지난해말 0.64%로 2019년말 대비 0.13%포인트 하락하는 등 금융기관 건전성도 호전 양상을 보였다.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역시 지난해 평균 4.4배로 대출금리 하락 등에 따른 차입비용 감소로 전년대비 소폭 상승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은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1미만) 등 부도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까지는 효과가 미치기 어렵다. 향후 완화 조치 종료시부터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빠르게 저하, 신용 리스크로 번지는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각종 지원 정책이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 도산돼야 할 기업들까지 연명하게 해 준 셈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중 고위험가구(소득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 이상이면서 부채/자산 비율이 100%를 넘는 가구) 수도 작년말 19만2000가구로 집계됐는데, 정부 조치가 없었다면 20만 가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 기업보다 매출 감소에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자영업자도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시 재무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

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