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유통비용↑…원가상승

아직은 중간 가격에만 반영

달러 강세로 수출가격 양호

최종 소비자가 반영은 아직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엿새째 가로막고 있는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를 수로에서 꺼내기 위한 작업이 28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수에즈운하에 좌초한 컨테이너선 뱃머리 부분에서 진행되는 준설작업 모습. 연합뉴스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엿새째 가로막고 있는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를 수로에서 꺼내기 위한 작업이 28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수에즈운하에 좌초한 컨테이너선 뱃머리 부분에서 진행되는 준설작업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발 인플레이션 조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원자재값 폭등과 물류 대란 탓에 중국 생산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인상하면서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전세계 물가인하의 일등 공신이었던 중국이 이젠 고물가 공포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광둥(廣東)성 푸산(佛山)시의 가구업체 루이스다는 올 여름부터 주문가를 7% 올릴 예정이다. 쿠션과 프레임 등의 생산에 사용되는 화학제품과 금속 가격이 최근 몇달간 급등하면서다. 운임비도 90%나 올랐다. 지난해 6월 이후 운임비를 고객에게 부담하게 했지만 더이상 이윤 압박을 견디기 힘든 지경이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같은 급격한 인상은 25년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동남아로 작업화를 수출하는 장시(江西)성의 한 회사는 춘제(음력설) 이후 원자재 공급업체로부터 가격 인상을 통보 받았다. 가죽과 포장가격을 10~30% 올리겠다고 했다. 이 회사는 2월 말 공장출하 가격을 5% 올렸다. 시장을 잃을 우려 때문에 원가 인상을 다 반영하진 못했다.

중국 정부가 탄소배출 저감을 목표로 화석 연료 소비를 억제하는 것도 중국 기업의 비용을 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 회복에 따라 올해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올해 철강 생산량을 전년 대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업체들은 원자재 비축도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쑤성의 한 방직업체 관계자는 “미국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하면 면화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춘제 전에 면화 사재기가 나타났다”면서 “2월중순에 t당 1990달러였던 면화 가격이 3월초에 2600달러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 방직회사는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 자재값이 비용의 70~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청바지부터 소파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의 글로벌 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저가 시장을 놓칠까봐 그동안 비용 인상을 제대로 반영 못했던 중국 기업들도 더이상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수익이 급감한 가운데 원가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어서다.

이같은 가파른 원가 인상은 주요 국가들의 경기 부양책으로 유동성이 늘며 수요가 폭발하면서다. 여기에다 수에즈 운하에서 컨테이너선이 좌초되며 공급 대란까지 발생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정부 정책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닉 매로(Nick Marro) 애널리스트는 “경기 부양책 때문에 풀린 유동성까지, 폭발적인 수요를 공급이 따라기지 못하고 있다. 해운에서 발생한 병목 현상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현 시점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가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부연했다. 중국의 생산업체가 가격을 올렸다고 미국이나 다른 지역의 인플레로 당장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수입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원가 인상을 곧바로 전가시키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의 인플리이션 통계는 수입 소비재 뿐만 아니라 외식, 여행 등 서비스 물가도 반영한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미국 소비지출의 60% 이상이 외식 또는 여행 등 서비스에서 나왔다.

하지만 목재, 철강, 면화 등 각종 원자개 가격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고객의 부담을 계속 떠안을 수는 없어 보인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제품 가격이 1.2% 올랐다. 이는 2012년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며 대부분 2~3개월 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구매력이 떨어지진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