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마쓰야마 히데키가 제 85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일본 선수로는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그린재킷을 입어서 의미가 더 컸다. 그런데 클럽하우스 앞에 나와 패트론 앞에서 챔피언에게 그린재킷을 공식 수여하는 자리에서 프레드 리들리 현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빌리 페인 전임 회장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했고, 마쓰야마와 세 명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84회 대회 시상식에서는 리들리 회장과 전년도 챔피언 타이거 우즈만이 있었는데 올해는 예외였다. 히데키의 마스터스 우승을 이끈 단초를 페인 전임 회장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19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낸 페인은 지난 2009년에 아시아 골프의 발전상을 목도하고서 이를 마스터스로 연결시킨다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시아의 골프 선수가 있는 나라들의 우수한 아마추어들을 모아서 경쟁시키고 그중에 우승자를 마스터스와 디오픈에 초청하는 아시아아마추어선수권(AAC)을 만든 것이다. 이 대회는 2019년까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면서 11회를 이어나갔다. 모든 선수나 기자단의 항공료나 체류비 등 제반 비용을 오거스타내셔널이 댔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14년에는 남미아마추어선수권도 만들어서 역시 우승자에게 마스터스 초청 티켓을 주었다. 이 비용 역시 오거스타내셔널이 모두 댔다. 그래서 마스터스에는 아시아의 최고 아마추어와 남미의 유망주가 매년 초청된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아시아아마추어선수권의 2회 대회 우승자가 마쓰야마였다. 마쓰야마는 2010년 일본 사이타마의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열린 제2회 AAC에서 우승해 출전 티켓을 땄다.
이듬해 3월에 일본 도후쿠 큰 지진이 났다.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이 있었고, 센다이에 살던 마쓰야마의 가정도 피해를 입어 미국행을 주저했다. 하지만 부모와 주변 지인의 권유를 받고 2주 뒤 19세 소년은 미국으로 향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마쓰야마는 첫 출전해 컷을 통과하고 공동 27위로 마쳐 로우아마추어로 실버컵을 빌리 페인 회장에게서 받았다. 당시의 기억이 마쓰야마의 뇌리에 꽂혔다. 마쓰야마는 이듬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3회 AAC에도 우승해 마스터스에 초청받았고 공동 54위로 마쳤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룬 덕인지 2년 뒤에 2014년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가 되고서도 출전했으나 컷 탈락했다. 이후로 PGA투어에서 5승을 쌓으면서 매년 출전했다. 2015년의 5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고, 2016년에는 7위로 마쳤다. 이번이 10번째 출전이었다. 올해 마스터스 무빙데이에서 4타차 선두로 마치고 인터뷰 룸에 들어온 마쓰야마의 말에 진심이 담겼다. “2011년에 지진으로 마스터스에 오지 못할 뻔했으나 간신히 출전했다. 18홀을 마쳤는데 스티브 스트리커가 지나가며 ‘나이스 플레이 히데키’라고 해주었다. 그 경기에서 로우 아마추어 상을 받았고, 그런 기억들이 오늘의 원동력이 됐다.” 다음날 그린재킷을 입고 인터뷰룸에 다시 들어온 29세의 마쓰야마는 한 걸음 더 나간 예언도 했다. “오늘의 내 경기를 본 일본의 어린 선수들이 아마도 5년, 10년 뒷면 다시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고 우승도 할 것이다.” 올해 마스터스는 유난히 골프장 밖의 세상에 열려 있었다. 대회 첫날 이 대회에서 첫 출전했던 흑인 골퍼 리 엘더가 ‘명예의 시타자’가 되어 자리를 빛냈다. 지난해 미국은 흑백 갈등이 심각할 정도로 고조됐고 올해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마스터스가 후원한 아시안 선수가 우승한 건 마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외침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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