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에 독일 본 대학 철학과 석좌교수로 발탁된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디지털시대 지성계 새 기수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신실재론(Neo Realism)’이 탈진실, 포퓰리즘이 판치는 현 세태를 설명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철학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가브리엘은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타인의사유)에서 애초에 진실이라는 게 있는지 회의하는 시대에, 현대의 위기를 낱낱이 분석,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보편적 가치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는 현대사회의 위기를 가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자본주의의 위기, 테크놀로지의 위기와 함께, 이들의 근저에 있는 표상의 위기 등 다섯가지로 제시한다. 세계는 종교와 이성의 절대성이 무너지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와 무한한 정보의 혼란이 더해지면서 표류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서구는 과거 전성기를 누린 19세기 국민국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가브리엘은 절대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표류하는 현대사회에서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논의한다. 민주주의의 위기에선 다양성과 포용의 패러독스를, 자본주의의 위기에선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등 악의 잠재성을, 표상의 위기에선 이미지가 진실을 덮어 은폐하는 현실을 돌아본다.
그에 따르면, 지금의 세계는 실상을 감춘, 위장된 ‘의태’사회다. 모든 일이 감춰져 있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도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그의 신실재론이 등장한다. 신실재론은 ‘모든 것은 진짜’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의미의 장 속에선 ‘무엇이 옳은가’가 중요하다. 누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적합한 이유를 근거로 옳은 말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는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면 무엇보다 소셜미디어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는 보여주기의 완전한 ‘의태’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또한 비민주적이다. 한 예로, 대충의 정보를 올리는 위키피디아에는 잘못된 정보도 들어있는데, 이를 검증하는 이가 없다. 잘못된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권한도 오로지 위키피디아 운영자 뿐이다. 구글의 알고리즘, 각종 해킹으로 진실은 더 가려진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의 특징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분명히한 데 있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기 위한 탐색의 중요성, 삶의 중심을 바로 세우기 위한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김윤경 옮김/타인의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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