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 지배 야심으로 긴장감 높아져
해상 교통, 자원 풍부, 안보 등 천혜의 요지
석유 수송 파나마의15배,석유· 천연가스 풍부
수많은 섬과 산호초, 영유권 분쟁 불씨로
베트남, 파라셀·스프래틀리 군도 주권 주장
中 영토침범에 동남아국, 군비 증강 잇따라
미국과 군사협정에도 지리적 한계 우려 커
캐플런 “남중국해 향후 40년 더 어려워질 것”
미국과 중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최근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동시 출격, 군사훈련을 전개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대만 위협, 서태평양 진출을 경고한 미국의 출격은 바이든 행정부의 세계질서 유지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남중국해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힌 지리적 중요성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 보유량, 200여개의 작은 섬과 바위, 산호초로 인한 영유권 분쟁으로 가장 긴장감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아시아의 끓는 솥’, 근대 시기 유럽의 지중해, 20세기 초 아메리카의 카리브해가 했던 역할을 지금은 남중국해가 넘겨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정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캐플런의 ‘지리대전’(글항아리)은 난마처럼 얽힌 남중국해를 본격적으로 탐사한 기록이다. 저자는 중국을 비롯, 타이완,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가들을 직접 방문, 정부 고위층들과의 심층 인터뷰와 역사, 문화, 정치적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국의 입장과 대응을 살핀다. 또한 전체적인 조망을 통해 가능한 남중국해 시나리오도 그려나간다.
남중국해는 해상 교통의 요지다. 매년 화물 적재 상선의 50퍼센트 이상, 전 세계 해상 교통의 3분의 1이 남중국해의 요충지들을 통과한다. 인도양으로부터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경유하며 동아시아로 수송되는 석유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 3배, 파나마 해협을 경유하는 것보다 15배 많다. 에너지 뿐 아니라 완제품과 산업 부품 등도 이동하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는 ‘제2의 페르시아만’으로 불릴 정도로 70억 배럴의 석유, 900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1300억 배럴의 석유를 채굴할 수 있다는 중국의 주장대로라면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석유보유량이 많다.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20퍼센트를 쓰는 중국의 원유 보유량이 1.1퍼센트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남중국해는 욕심낼 만한 대상이다. 더욱이 중국으로선 인구가 가장 많고 발전한 화남 지역 안보를 위한 천연 방패가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까지 약 1000마일이 넘는 전략적 배후지를 갖게 되고 태평양과 인도양을 이동하는 미 해군 7함대를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도 남중국해는 자신들이 영유해왔다는 입장이다.
야심적인 중국에 최대의 벽은 베트남이다. 중국 복속과 독립을 반복해온 베트남은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패하고 통일 베트남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중국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17세기에 이미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를 이용했다는 점에 근거해”, 남중국해 분쟁 과정에서 두 지역에 대한 주권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전쟁’이라 불리는 베트남전에도 불구하고 현 베트남인의 4분의 3은 전쟁 이후 세대라는 점과, 중국의 침범과 저항의 역사가 강조되면서 베트남의 중국 적대감은 작지 않다. 베트남전으로 미국이 물러나자 중국은 10만명의 중국 군대를 파견, 베트남을 침공한 바 있다. 중국과 베트남의 상충하는 영유권 주장, 중국 해군의 통킹만 침입, 인도양과 서태평양 해상 교통로에 걸쳐있는 1900마일 해안선에 대한 중국의 탐욕으로 긴장감은 높아지는 상태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위해 미국과 군사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 품에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저자는 본다. 무엇보다 경제가 중국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은 지리적으로 멀어 도움을 받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위해 베트남을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도 있다.
저자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입장도 살핀다. 인도네시아는 착실한 경제성장을 통해 제2의 인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도시국가-무역국가 모델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힘의 균형을 위한 해상에서의 군비경쟁도 가속화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은 60척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 75척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이는 미국보다 약간 많다. 대양해군으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이다. 중국 해군은 이미 아세안 회원국 모두의 해군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중국은 군사력을 증강시키면서 남중국해 분쟁 해결을 위해 동남아시아 개별 국가들과의 일대일 협상을 통해 양보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한다. 필리핀은 중국 해군의 증강과 영토 침범에 미국과의 군사협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운명은 어쩌면 시간싸움에 불과할지 모른다. 미국이 영국을 저지해 카리브해를 지배함으로써 세계강국으로 올라섰듯이, 남중국해가 중국의 카리브해가 될지가 관심이다.
저자는 남중국해 사태는 앞으로 40년간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며, 민주적 가치보다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중국의 서태평양에서 오키나와 제도에 이르는 제1열도선에 이어 일본과 괌, 호주를 잇는 제2열도선으로 해군 세력을 늘려나가는 패권 전략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명쾌히 보여준다.
특히 남중국해를 둘러싼 각 나라의 역사와 이해관계, 군사력과 외교 등 지금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지리대전/로버트 D.캐플런 지음,김용민·최난경 옮김/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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