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규모 작년말 7.7조弗 급성장
한국도 2002년 출시 이후 163배 ↑
지수추종 단기상품→테마·이색형 변화
명품·팬심·혁신·인플레 등으로 다각화
다양성·투명성 확보...차별화작업 지속
간접투자 시장을 사실상 평정해 나가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 28년 전 SPY(SPDR S&P 500)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뒤 지속적으로 세를 넓혀온 ETF는 혁신적인 상품 설계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과거 주가지수 추정 상품에 국한되던 ETF가 섹터 ETF를 거쳐 테마 ETF와 이색 ETF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TF 시장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종전의 지수 추종 일변도 ‘단타 거래’ 상품에서 벗어나 ‘테마 거래’ 시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ETF 시장의 규모는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7년 말 기준 8070억 달러였던 ETF 시장은 지난해 말 7조70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같은 세계의 흐름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국내 첫 출시 이후 ETF 시장의 순자산가치총액(AUM)은 344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현재 56조3280억원으로 163배 폭증했다. 상장 종목은 같은 기간 4개에서 467개로 약 118배 늘었다.
이에 ETF 상품 설계 또한 혁신을 거듭해 가고 있다. 과거 단기 차익을 얻는 상품에서 테마형 상품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까지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매수한 ETF는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였다. 지난해 국내 ETF 매수 상위 5개 종목 모두를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했다. 이들 ETF는 주로 증시 등락에 베팅해 개인투자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ETF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며 변화의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꼽힌다. 최초의 ESG ETF가 출시된 2002년 이래 2013년까지 50여 개 수준이던 ESG ETF는 작년 기준 497개까지 늘어 10배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ESG ETF의 운용자산 규모도 작년 말 기준 1870억 달러로 폭등했다. ESG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최근 미국 내 ESG ETF 운용 규모는 약 40% 가까이 급등했다.
최근에는 혁신기업과 이색 상품을 담은 ETF가 등장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우주탐사 ETF(ARKX)를 상장했다. 이 상품은 우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드론, 에어택시, 위성, 발사체 기업등에 투자한다. 수소경제 ETF도 등장했다. 디파이언스 넥스트 젠 H2 ETF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수소경제 관련 기업에 간접 투자하는 ETF다.
단순 테마를 넘어 이색적인 설계로 투자자들을 주목시키는 ETF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명품기업 ETF가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편입한 ‘엠레스 럭셔리 ETF(LUXE)’와 ‘하나로 글로벌 럭셔리 S&P ETF’에는 에르메스·버버리 등이 편입돼 있다.
또 라운드힐 자산운용사의 ETF인 ‘MVP’에는 전세계 스포츠팬의 사랑을 받는 프로스포트팀, 의류·장비 기업을 편입해 ‘팬심 ETF’로도 불린다. 트렌드를 반영한 ETF도 존재한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는 ETF ‘버즈(BUZZ)’를 출시했는데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 75개를 AI로 선정해 투자하는 ETF다. 이외에도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 ETF, 인플레이션 ETF 등도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작년 9월 이후 상장된 ETF 27개 중 22개가 테마형 ETF다. 수소, 5G 통신, BBIG, 중국 기술기업 등에 주로 투자한다.
이처럼 ETF가 가진 다양성과 투명성은 ETF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성을 담보한다.
투자 리서치회사 CFRA의 토드 로젠블루트 이사는 “이색 ETF가 등장한다는 것은 이 시장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ETF는 더욱 떠오르는 투자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ETF는 개별 투자자가 짜기 힘든 투자 전략과 테마에 투자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진화했다”며 “차별화된 ETF 상품을 만들어 시장투자자들의 심리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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