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구조 불투명”
특정 세력만 수익
美SEC 규제 나서
월가의 대세로 떠오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거품경고가 나왔다. 한때 스팩에 투자해 수익을 거뒀던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 상품 구조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지적하고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21일 블룸버그는 550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마샬 웨이스가 스팩 시장 붐에 대해 투자에게 경계할 것을 조언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폴 마샬은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 스팩의 특성을 이용하는 투자자, 스폰서, 회사 간의 ‘비뚤어진 인센티브’로 가득차 있다”고 비판했다.
통상 스팩은 기업공개(IPO)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기업공개 방식으로 알려져있지만, 상품 설계 특성상 수수료 등 비용이 과할 수 있다. 스팩을 통한 인수 후 몇몇 초기 스폰서들에게 워런트(신주인수권)을 인센티브로 부여하도록 상품을 설계하는데, 이 과정에서 타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폴 마샬의 지적이다.
그는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로) 끔찍한 수익률을 냈고, 최근 상황도 다르지 않다”고 경고했다.
마샬 웨이스 창업자의 이 같은 경고는, 이 회사의 210억 달러 규모 헤지펀드인 유레카(Eureka)가 스팩에 총 10억 달러를 투자한 뒤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스팩은 마샬 웨이스 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헤지펀드들의 주력 투자처 중 하나였다. 전통적인 IPO대신 돈을 모아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그 회사가 피인수 회사를 찾아서 인수하기 때문에 빠르고 확실한 상장 방법으로 각광받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공모가가 저렴하고 단기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가, 원금 손실 우려가 적다는 기대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스팩으로 모집된 자금은 약 1200억 달러(한화 1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폴 마샬은 스팩 구조 자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불투명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스팩 상품은 심지어 ‘비즐(bezle)’을 부추기기 위해 고안됐을 수도 있다”고 혹평했다. 비즐은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횡령자가 돈을 훔쳤지만, 피해자가 가진 깨닫지 못한 시기를 묘사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이 같은 스팩 상품 구조에 대한 경고는 최근 미 규제 당국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미 규제 당국은 최근 올해에만 1000억 달러가 넘는 기금을 모집한 300개가 넘는 스팩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에 대한 회계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단속에 나선 것이다.
마샬은 그간 ‘거의 모든 스팩’에 롱 포지션(매수)을 취했지만, 이젠 가격 하락에도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의견이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주 스팩 거래의 초기 투자자들에게 발행되는 워런트가 회계상 주식 지분이 아닌 부채가 될 수 있다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또 스팩 상품 구조화가 투자자들에게 주요 정보를 감추는 방법이 되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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