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출신 민형배 등 대표발의

재난피해자 원금감면 법안

금융위·전문가들 일제 우려

“신용체계 붕괴·재산권침해”

금융위 일관되게 반대 입장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재난으로 소득이 감소한 이에게 대출 원금을 감면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 재산권 침해와 건전성 저해 등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청와대 사회비서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등 28명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개정안'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돼 상임위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은행법 개정안은 재난으로 영업 제한을 받거나 경제 여건이 악화돼 소득이 줄어든 사업자 혹은 그 사업자의 임대인은 은행에 대출원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은 심사 후 조건에 부합하면 신청을 수용해야만 하며, 위반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금소법 개정안은 이같은 조치의 적용 대상을 은행 외 다른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 등의 조치로 소상공인의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사회 문제로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므로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조치로 사회 안전망을 보완하자는 취지지만, 금융기관에 원금 탕감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 역시 개정안 발의 이후 부터 계속해서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채무조정이 필요한 분들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하고 있다"며 "너무 처음부터 필요하면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고 박아버리면 신용사회가 무너져버리고 실제 필요한 사람이 못받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무위 검토보고서에서도 금융위는 은행의 대출원금 감면 등을 의무화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은행의 건전성 저해, 다른 금융소비자로의 비용 전가 등 비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자문에 있어 금융회사에 비해 정보나 협상력이 불리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제정된 것으로, 재난 등 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지원조치를 규정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채무자와 개별 금융회사 간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제정을 추진 중인 '소비자신용법'을 통해 개인 연체채무자를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연합회 역시 "은행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무위 이용준 수석전문위원 역시 검토보고서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금융권 협회 간 협의를 통해 이미 대출금 만기연장, 원금·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이뤄지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해외에서도 대출 원금 감면을 의무화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