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가죽의 시(구병모 지음, 현대문학)=‘위저드 베이커리’‘파과’‘아가미’등 장르의 경계를 허문 독특한 서사를 구축해온 구병모의 신작소설. 구두처럼 닳아 없어지는 인간의 삶을, 인간의 몸을 얻게 된 요정들의 눈으로 보여준다. 인간세상에서도 여전히 구두 장인으로 살고 있는 안은 공방을 열어 수강생들에게 기술을 알려주며 생계를 이어간다. 때가 되면 거처를 옮기고 외모를 바꿔가며 끝을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안은 어느 날 소식조차 모르던 형제 미아와 조우한다. 미아는 안이 사랑했으나 떠나보낸 존재이다, 그녀와 만날 날을 고대해온 터에 미아가 나타났으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녀에겐 동행이 있다. 미아와 결혼을 앞둔 발레리노 유진. 안은 그를 보며 살아온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강한 질투와 허망함을 느낀다. 영원의 삶 속에서 끊임없는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죽어가는 모든 것을 바라봐야 했던 안은 무력함을 버틸 수 있게 해준 미아로 인해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과 인연을 맺는 무의미를 선택한 미아게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작가는 소설의 제목에 시(詩)라는 단어를 썼다. 시의 이름을 단 소설은 이야기의 시원으로 돌아간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밤새 가난한 구두장이 부부의 힘겨운 일을 남몰래 요정들이 도와주던 이야기, 문학 요정들은 오늘도 계속 신발을 짓고 있다.
▶경성의 아파트(박철수 외 지음, 집)=일제강점기부터 해방후 공간까지 우리 주거생활의 중심인 아파트의 역사, 문화사를 4명의 저자가 공동집필했다. 1938년 11월 6일자 ‘매일신보’에 따르면, 당시 경성 시내에만 크고 작은 아파트가 30여곳 있었다. 당시 아파트먼트는 ‘일종의 여관 또는 하숙’이라는 개념이 컸다. 살림집 형태를 갖춘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독신자가 생활할 수 있는 1칸 방이었다.그러다보니 풍기문란의 대명사로 지목되기도 했다. 아파트의 형태는 대개 교통 여건이 좋은 도심에 4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구조였다. 1층에는 오락장, 공동식당과 같은 공동시설을 두고 아파트 거주자는 물론 일반인도 자유롭게 드나든 걸 보면 요즘 주상복합아파트와 비슷해보인다. ‘근대 풍경의 요체’로 불리는 평양 동정의 동아파트는 1층에 마켓이 있고, 옥상테라스, 옥상전망대를 갖춘 최신식 시설을 강조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국내에 산재해 있는 관련 자료들을 샅샅이 찾아 당시 이름과 지번을 정확히 확정하고 개별 아파트의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경성의 아파트 정밀지도를 완성했다. 가령 ‘회현동 미쿠니아파트’로 알려진 남산동 미쿠니상회아파트는 지금도 여전히 공동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1호 법학박사인 황산덕과 화가 김환기가 현재의 충정아파트인 도요타아파트에 머문 사실도 찾아냈다. 당시 상류층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이 어디에 거주하고 어떤 사업체를 운영했는지 등의 면면도 살필 수 있다.
▶프로일잘러(유꽃비 지음, 알에이치코리아)=취직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지만 직장생활을 잘하기도 만만치 않다.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프로일잘러’는 타고난 걸까? 주류업계 최초 영업팀장인 저자는 일잘러의 DNA는 없다고 말한다. 그녀도 처음엔 서툴렀다. 난데없이 쌍욕을 하거나 마녀라는 막말을 하는 사람들 틈에서 14년 동안 산전수전 겪고, 일 잘하는 사람들을 탐색하며 갈고 닦은 덕에 대체불가 직장인으로 거듭났다. 그 바탕에는 ‘잘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저자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신뢰를 꼽는다. 마음 놓고 일을 맡길 수 있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는 ‘일머리 좋은 사람’‘성과를 내는 사람’‘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 모두를 포괄한다. 저자는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들려주는데, 영원한 갑과 을은 없다며, 재치있는 일처리로 우호적 관계 맺는 방식을 일러준다. 또한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닌 줌인과 줌아웃을 적절히 활용, 상사의 질문에 책임감 있게 답하는 방법까지 그만의 비법을 들려준다. ‘할까 말까 고민되면 무조건 하라’‘해보지 않았을 뿐 못할 일은 없다’는 그는 일단 한 발 내딛으라고 조언한다. ‘관리자가 좋은 사람인 척하려면 팀원들이 죽어난다’‘팀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라’ 등 팀장의 역할에 대한 고언도 들어있다. 특히 거친 영업현장에서 주눅들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당장 써먹을 만 하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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