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미술관 ‘피카소 회고전’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전쟁의 모습을 표현할 때 나는 오로지 ‘잔혹성’만을 생각한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 군인들의 군모와 군복 같은 것들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파블로 피카소, 예술에 관한 글, 1998)

현대미술사 최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한국전쟁의 참상을 묘사한 ‘한국에서의 학살’이 1951년 작품 제작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비채아트뮤지엄은 파블로 피카소의 회고전을 5월 1일부터 8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전시에는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 작품 100여점이 나오며, 작가 생애 전반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작품은 단연 ‘한국에서의 학살’이다.

갑옷으로 무장한 군인들의 총구 앞에 발가벗은 여인과 어린이들이 섰다.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그린 ‘게르니카’(1937)와 함께 전쟁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피카소의 대표적 반전작품이다. 미학적 완성도는 크게 높지 않더라도,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늘 언급되는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개입을 반대해온 프랑스 공산당은 피카소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당시 공산당원이던 피카소는 ‘전쟁의 참상’만을 강조해 작품을 선보였다. 공산당은 미군에 대항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서, 반대편에서는 무장한 군인이 미군이라는 해석을 내려 양 진영 모두에게서 떫떠름한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해당 작품이 ‘신천 양민 학살’을 배경으로 했다는 설 때문에 국내에서는 1980년대까지 반입 금지 예술품으로 분류됐다.

전시 커미셔너를 맡은 서순주 박사는 “‘한국’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유일한 반전 작품”이라며 “우리 지난 역사에 대한 교훈일 뿐만 아니라 휴머니스트 였던 그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시기별 중요작들이 출품됐다. 입체주의가 태동하던 시기의 ‘만돌린을 든 남자’(Mandoline et clarinette)와 부조 조각 ‘기타와 베스 병’을 비롯 사실주의로 회기했던 시기의 ‘편지읽기’(La Lecture de la lettre), 아들의 모습을 그린 ‘피에로 복장의 폴’, 최고 뮤즈였던 ‘마리 테레즈의 초상’ 등이 눈여겨 볼만 하다.

특히 ‘기타와 베스 병’은 이번 전시에서 최고 보험평가액을 자랑한다. 서 박사는 “입체주의에 입각해 회화와 조각의 융합을 시도했던 작품으로 현대조각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유화를 비롯한 도자기, 판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서 박사는 “창작열에 불타던 작가의 다양한 재능을 광범위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피카소미술관은 단일작가 미술관으로는 전세계에서 최고 수준에 든다.

피카소 사망 후 유족에게 부과된 막대한 상속세를 대신해 프랑스 정부에 물납한 작품들을 모아 1985년문을 열었다. 현재는 5000여점에 달하는 피카소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