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쪽 공소장, 전제사실·경과·공소사실로 구성
‘이규원 불법행위’ 알고 수습하려 한 게 혐의 골자
수사팀, 검사 비위 수사 막은 명백한 직권남용 판단
이성윤, 기소 직후 “불법행위 사실 없다” 강조
스스로 사의 가능성 낮고 사표 내도 사직 안돼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국 기소되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의 실체는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기소 직후 이 지검장이 “향후 재판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한 만큼 직권남용 성립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적용 법조와 인적사항을 포함해 총 16페이지로 작성된 이 지검장의 공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고,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및 이규원 검사와 함께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사팀의 병합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2019년 당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이미 재판이 시작된 차 본부장 및 이 검사와 함께 재판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날 휴가를 냈던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청사 지하주차장을 통해 정상 출근했다.
이 지검장의 공소장은 크게 전제사실과 사건의 경과과정, 공소사실로 구성됐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의 혐의에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러한 흐름에 따라 공소장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제사실에는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요청서를 쓴 당사자인 이 검사에 대한 부분이 담겼다. 수사팀은 이 검사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후 이 지검장이 이를 알고 수습하려 했다고 의심한다.
수사팀은 현직 검사와 법무부 공무원들의 비위가 드러난 사안을 두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이 안양지청의 수사를 못하게 한 것이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19년 초 문무일 총장 시절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하기 위해 일선 청에서 자체적으로 특수수사에 착수하던 관행을 바꿔 대검에 보고하도록 했었는데, 일선의 특수수사 관련 첩보가 올라오면 조율을 해야 할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명백한 현직 검사 비위 수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접수한 이 지검장 관련 공익신고를 보면 안양지청은 2019년 6월18일 이 검사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을 수원고검에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대검 반부패강력부에서 안양지청에 연락해 ‘김학의 측에 출금 정보를 유출한 부분만 수사하고 나머지는 수사하지 말라’며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돼 있다. 이후 안양지청 수사팀은 같은 해 7월4일 긴급출금 위법 여부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고했고, 해당 수사는 며칠 뒤 종결됐다.
반면 이 지검장은 줄곧 ‘부당한 외압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튿날 언론에 전달한 입장문에선 “안양지청의 보고내용은 모두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드리고 지시를 받아 일선에 내려보냈다”며 당시 사건 관련 지휘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기소 직후에도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는 상황이어서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아울러 스스로 퇴직을 희망하더라도 이제는 징계 사유 여부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바로 사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중앙지검장 직무에서 배제될 경우 나병훈 1차장검사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직무배제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절차와, 직무배제 또는 징계는 별도의 트랙”이라며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를 받는 것도 아니고, 별개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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