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NH All100자문센터 세무전문위원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로 사회적인 관심이 많았던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상속세 신고서가 지난 4월말 관할 세무서에 제출되었다. 천문학적인 상속세와 더불어 세간의 관심을 끈 대목은 국보급에 준하는 문화재와 세계적인 거장들의 미술품을 기증하겠다는 소식과 함께 감염병 예방과 소아암 및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를 위해 1조 원 기부하겠다는 발표였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라는 이슈도 있지만 문화적 가치가 있는 미술품 기증과 고액의 기부를 통한 의료공헌 활동이 주목을 받게되자 단어 하나가 문뜩 떠올랐다. 프랑스어로 귀족을 뜻하는 ‘노블레스’와 책임을 뜻하는 ‘오블리주’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 사회 고위층 인사 등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그것이다.
법으로 강제되지 않은 이런 도덕적 의무를 지원하는 취지로 세법에서는 공익을 위해 기부된 재산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과세가액 불산입’ 규정으로 마련해두고 있다.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종교·자선·학술 그 밖에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공익법인 등에 직접 또는 공익신탁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출연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세 계산 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공익법인 등에 직접 출연하는 것 외에 「공익신탁법」에 따른 공익신탁을 하는 경우에는 다음의 일정 요건을 갖추어 신탁을 이행해야 한다.
① 공익신탁의 수익자가 공익법인이거나 그 공익법인의 수혜자일 것
② 공익신탁의 만기일까지 신탁계약이 중도해지되거나 취소되지 아니할 것
③ 공익신탁의 중도해지 또는 종료 시 잔여신탁재산이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다른 공익신탁에 귀속될 것
한편, 세법에서는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지원제도가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사후관리 규정을 두고 있는데, 출연한 재산과 그 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익 등이 상속인에게 귀속된다면 다시 상속세를 과세하는 경우 등이다. 공익법인 출연을 통해 상속세를 피한 뒤 상속인이나 그 특수관계인들이 공익법인으로부터 이익을 제공 받는다면 해당 재산은 사실상 상속인들에게 상속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속인이 공익법인 이사 현원의 1/5을 초과하여 이사가 되거나 기타 사업운영 등에 관한 중요사항의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했다 하더라도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 해당 공익법인이 출연자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고 있는 조직이라면 공익법인이라는 이름과 달리 사적인 영리법인에 출자한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상속세를 면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속재산 중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도 있는데, 법에서는 상속세 부담은 줄이면서 해당 공익법인을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만들어 다른 계열회사의 지배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고 있다. 발행주식 총 수의 5%(성실공익법인의 경우 10% 또는 20%)를 초과하여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출연한다면 그 초과분은 과세가액 불산입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법정 비율을 초과하여 출연한 주식가액을 상속재산에 포함하여 상속세 부담액을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공익법인은 출연 받은 재산을 공익사업에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변호사, 공인회계사 또는 세무사로부터 확인받아 그 결과를 관할 세무서장에게 보고하고 결산서류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 등에서는 출연재산이 공익목적 사업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거나, 출연재산 매각 대금을 부당하게 유출 및 특수관계인을 임직원으로 채용하여 경비를 지급하는 등 위법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득으로만 따져본다면, 상속인들에게는 상속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기부하지 않고 직접 처분하여 상속세 납부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 의사결정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외국의 경우에는 상속재산 중 일부를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면 상속세를 추가로 감면해 주는 등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표현되는 성숙한 기부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속재산 기부에 대한 추가적인 인센티브나 사회적 분위기가 점점 더 무르익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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