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6월, 4·19혁명이 일어난 두 달 후 시인 김수영은 ‘푸른 하늘을’이라는 시를 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SNS를 통해 ‘4·19혁명의 주역들께 김수영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다시 바친다’며 인용한 작품이다.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부러워하던/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자유를 위해서/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무엇을 보고/노래하는가를/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혁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
‘푸른 하늘을’ 이후 다시 몇 개월, 4·19혁명으로 무너진 이승만 정권을 대신해 출범한 민주당 정부는 자기들끼리의 이해다툼과 권력투쟁에 매몰돼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배신했다. 시인의 시가 짓던 비장한 표정이 냉소와 자조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해 10월 30일에 쓴 ‘그 방을 생각하며’라는 시에서 김수영은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고 3번이나 되뇌었다. 이듬해,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방만 바뀌었을 뿐 끝내지 못한 혁명’의 불씨가 되살아나 다시 역사를 진전시키기까지는 20년과, 그 세월 이상의 많은 피가 필요했다. 시인들의 노래가 풍자 대신, 잊었던 비장미를 다시 기억해내기까지도 그만큼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그해 말, 시인 백기완은 감옥에서 시 ‘묏비나리’를 지었다. 이 시는 이듬해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다시 태어나 처음 불렸다. 이 곡이 사실상의 ‘5·18 기념곡’으로, 여야 대표 및 지도부가 모두 광주에 모여 논란 없이 ‘제창’하기 시작한 것이 겨우 몇 년 전이다.
4·19 기념일은 올해로 61주년이 됐고, 5·18 기념일은 41주년을 맞았다. 4·19 시인인 김수영(1921~1968)은 탄생 100년을 맞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은 백기완(1932~2021)은 지난 2월 타계했다.
그리고 지금 정부가 ‘촛불혁명’이라 명명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도 4년여가 흘렀다. 국민 열망과 세월의 흐름은 정치 전선도 바꾸어 놓아 탄핵에 동조했던 세력도, 그 맞은편에 섰던 세력도 한 곳에 모이게 했다. 여기에 다음 권력의 의지를 다지는 이들까지 합세해 올해 5·18의 광주는 더 북적였다.
그리고 18일로 차기 대선까지의 시간은 295일이 남았다. 정권 재창출을 다짐하는 여당이나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야당이나 정치권의 표정은 자못 비장하다. 모두가 ‘촛불혁명’을 완수하는 방법은 결국 자신들이 집권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그 결기만큼은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라는 시구에 제법 어울리는 듯도 하다. 하지만 국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혁명은 안 되고 방만 바꾸어 버렸다’는 냉소와 풍자가, 그제나 저제나 그랬듯, 지금도 더 가깝다. 국민에게 비장한 것은 말이 아니라 밥이고, 정치가 아니라 생계다.
또 1년 후, 그리고 다음의 5·18 기념일들엔 시인의 노래가 어떤 표정을 입고 있을까. 정치가 답할 차례다. 시인의 시간은 늘 정치의 시간 다음이었고, 노래는 혁명이 끝난 뒤에나 불렸다. 지금은 정치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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