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前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행위 손배 사건

서부지법 14일 “부적절한 표현”이라면서도 무죄 선고

군인권센터 “혐오 표현 대처하는 법원의 실망스런 표현…엄중 규탄”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모습. [연합]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군인권센터가 20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재판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임태훈 군인권센터(이하 센터) 소장에게 ‘성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며 발언한 것을 두고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센터는 “혐오 표현에 대처하는 법원의 실망스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김 전 원내대표의)혐오 표현에 대처하는 법원의 실망스런 판결을 엄중히 규탄한다”며 “앞으로 센터는 소수자 혐오에 기생하며 정치 생명을 연명해 보려는 정치인들에게 단호히 맞서 싸워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민사 22단독 황순교 부장판사는 임 소장이 김 전 원내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모욕 행위 손배배상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18년 7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러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임 소장을 거론하며 “성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60만 군인이 이런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자가 군을 대표해서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시민단체의 수장으로서의 목소리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의문이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구속되었던 전력이 있는 자”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가 종료된 뒤 복도에서 한 기자가 ‘임 소장은 지금 성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는 말을 하자 “화면에 비춰진 화장 많이 한 모습, 또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지금 (국군)기무사령부 개혁과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게, 그 분의 입에서만 전부 시민단체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듯한 이 지금 상황이 맞는 것인지”라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김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원고의 개인적인 성적 지향이나 과거 전력을 특별히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사실과 결부시켜 발언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에 대한 인신공격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원내대표가 위와 같이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표현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며 “그로 인하여 생기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할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임 소장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공적 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는 점, 공론장에 나선 공적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비판은 재반박 등을 통해 극복해야 하기에 김 전 의원의 발언이 모욕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고며 “김 전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회 원내대표로서 정치적 의견 표명을 한 발언으로 볼 수 있어 명예훼손도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센터는 “김 전 원내대표의 발언은 임 소장이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기무사 관련 주장도 신뢰할 수 없다는 식의 명백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라며 “또 이미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헌법불합치 판결로)국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문하였음에도 임 소장의 병역거부 전력을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센터는 “혐오 표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고, 특히 정치인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 의한 혐오 표현이 빚어내는 문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빌미 삼아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는 행태를 ‘의정활동’으로 해석해 주고, 피해자가 공적 인물이면 혐오 발언을 들어도 ‘자력구제’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혐오 표현 확산에 부채질을 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혐오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세상”이라며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국회에만 들어가면 혐오 발언을 해도 괜찮고,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혐오 발언을 들어도 법의 조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