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대 피해국 미국서 백인 피해 가장 적어
“코로나19로 야기된 보건 불평등 문제 지속될 것”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미국에서 인종별로 피해 규모가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남미 이민자들이 주축이 된 히스패닉계의 피해가 미국 내에서 가장 컸고, 그 다음은 미 토착민인 아메리칸 인디언 및 알래스카 원주민, 아시안계, 흑인, 백인 순이었다.
20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사망자 중 히스패닉계는 예년 평균에 비해 35% 늘었고, 아메리칸 인디언 및 알래스카 원주민은 29% 늘었다.
아시안계는 27%, 흑인은 26% 사망자가 예년에 비해 늘었지만, 백인 사망자 증가율은 13%에 불과했다.
비교 대상이 된 예년 수치는 2015~2019년 사망자 평균값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미국 사회 내에서 인종별 계층이 분화돼 있고, 이에 따라 보건 분야 불평등이 만연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통계를 소개하며 "미국에서는 앞으로 코로나19로 야기된 보건 분야 불평등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마크 고르비츠 미 뉴욕대 인구보건학 교수 발언을 전했다.
미국 인구의 기대수명도 코로나19로 인해 하락했고, 하락 폭 또한 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미국 인구 전체의 기대수명은 2019년 78.8세였으나 2020년 77.8세로 1년 줄었다.
인종별로 보면 흑인 남성은 71.3세에서 68.3세로 3년, 히스패닉계 남성은 79세에서 76.6세로 2.4년, 백인 남성은 76.3세에서 75.5세로 0.8년이 줄었다.
또한 흑인 여성은 78.1세에서 75.8세로 2.3년, 히스패닉계 여성은 84.4세에서 83.3세로 1.1년, 백인 여성은 81.3세에서 80.6세로 0.7년 줄었다.
미국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로 측정하는 사망률은 9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1920년 이후 오늘날까지 10년별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100년째인 2020년 급증해 90년간 이어진 기록을 깨버린 것이다.
2020년 미국의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829명으로 이는 17년 전인 2003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1980년 1039명이었던 이 수치는 20년 후인 2000년에는 869명으로 줄었고, 2019년엔 715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반등했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8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염병은 심장병, 암과 함께 3대 사망 주원인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기대수명 역시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다 2020년을 기점으로 떨어졌다. 1980년 73.7세였던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2000년 76.8세, 2019년 78.8세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77.8세로 떨어졌다.
CDC에 따르면 1900년대 초기 미국의 주된 사망 원인은 독감, 폐렴, 결핵이었으나 의학 기술 발달과 공중 위생 개선 등으로 기대수명이 늘었다. 그러면서 점차 심장병이나 암 등 만성 질환이 주요 위험 질환으로 떠올랐다.
이어 흡연률 감소, 각종 예방조치 등도 보건 증진에 기여했으며 전염병이 사망률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들어 에이즈(AIDS) 감염원인 HIV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망자가 늘었지만, 이 또한 의학기술 발달 등으로 감소했다. 이후에는 각종 심장 질환, 약물 과다 등이 사망의 주 요인이 됐다.
WSJ는 미국의 불평등한 의료 서비스 접근권 또한 미 보건 증진에 저해 요소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을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6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며 미국 사회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병원에 가길 꺼려하거나 진료를 늦추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민적 보건 피해는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실직자가 양산되고, 만성 질환자들이 진료받기 어려운 상황 등이 겹친 것도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병원별로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면서 일부 진료가 미뤄지며 나타난 부작용 탓이다.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데보라 쉬랙 인구과학 선임연구원은 "6개월 정도 진료를 멈췄다면, 암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암이 일부 전이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제압되면서 미국의 사망률 등 각종 수치가 과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분간 코로나19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리조나대 전염병 및 생물통계학 교수인 하이디 브라운은 "향후 도전 과제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수치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면서 "수치가 극적인 수준으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아무 의미 없는 수치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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