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의혹·이성윤 공소장 유출
‘권력형 범죄수사’ 취지와 멀어
법조계 “선택·집중 필요한데...”
출범 후 한동안 잠잠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며칠 사이 세 번째 공식 사건까지 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권력형 범죄 수사라는 공수처 도입 취지와 거리가 있는 사건들을 잇따라 떠안으면서 가뜩이나 현재 한계가 있는 수사력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접수된 사건은 1249건이다. 이 가운데 공식 사건번호가 부여된 사건은 며칠 전 ‘공제4호’가 붙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등 3건이다. 지난 1월 공식 출범 후 넉달 만에 첫 공식 사건을 정한 게 알려진 뒤, 며칠 사이 잇따라 사건번호를 부여하면서 수사 사건을 늘리고 있다. 첫 공식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특채 의혹에는 공제1호와 2호, 첫 검사 관련 사건인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에는 공제3호가 부여됐다.
하지만 출범 후 본격적인 수사 체제를 갖추기 위한 준비기간을 거친 후 고심 끝에 고른 사건들치고는 공수처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공수처 도입 취지는 검찰권을 견제하면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라는 것이지 않았나”라며 “지금 언급되는 사건들은 과거 공수처가 없던 시절에도 검찰과 경찰이 충분히 잘했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공식 1호 사건인 조 교육감 의혹 사건을 두고선 공수처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출범을 환영했던 여권 인사들도 ‘수사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공수처를 비판한다.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의 경우 검찰 내에서 감찰과 징계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굳이 수사 영역으로 끌고 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조 교육감 사건 수사에 대한 여권의 비판을 의식해 균형 맞추기 차원으로 수사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공수처의 이러한 행보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범 직후 줄곧 계속되고 있는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이란 것이다. 하지만 사건 선정부터 잡음이 계속되면 공수처 수사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형사사건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어떤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한다고 했을 때 그 결과가 믿을 만 할 것이란 신뢰가 현 시점에서 누구한테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한된 수사력을 고려해 공수처 도입 취지에 맞는 사건 선별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제한된 인력을 고려하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활용할 수 있는 한계를 알면서도 무리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굳이 여러 가지 사건을 맡을 필요도 없는데 다른 기관이 해도 될 일까지 다 하려다보면 정작 권력형 수사가 필요할 때 제대로 수사력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진욱 처장도 앞서 지난 2월 공수처가 한 해에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을 3~4건 정도로 보고, 납득할 만한 기준으로 사건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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