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의 성장과 역사 담은 ‘모다페’ 40년
현대무용 대중화 기여·신진, 원로 아우른 축제
“‘모다페’는 현대무용계의 플랫폼이자 허브”
삭감된 예산 우려·안정된 시스템 구축 필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중고등학생 시절 모다페를 자주 보러 다녔어요. 모다페를 ‘자유롭고 멋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해요. 모다페와 무용계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 영광입니다.” (‘모다페 2021’ 홍보대사 배우 한예리)
이번 페스티벌에 ‘가무악칠채’를 올린 안무가 이재화(국립무용단)도 “어린시절 모다페를 다니며 꿈을 키웠는데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40년. 현대무용계와 함께 성장하며 40번의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필드에서 활약하는 젊은 무용수들은 국제현대무용제(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2021·이하 ‘모다페 2021’(MODAFE 2021)·6월 13일까지)를 ‘꼭 가봐야할 축제’,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장’으로 기억한다. “이 무대에 서는 것을 현대무용가 사이에선 굉장히 인정받고 있고, 또 영광스러워 하죠.” (무용평론가 심정민)
‘시간의 길이’가 위상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동시대 무용수들의 인정과 찬사엔 그만한 이유가 담겼다. 축제의 막을 연 최근 만난 이해준 모다페 조직위원장(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장)과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모다페’는 국제 행사이면서도 한국 현대무용계를 포괄하고, 40년의 축적된 역사와 노하우를 갖춘 유일한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모다페’ 40년, 현대무용의 성장과 역사=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모다페’의 40년에는 현대무용의 성장과 역사가 켜켜이 쌓여있다.
‘모다페’는 1982년 한국현대무용향연으로 출발했다. “1980년대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질적 향상과 양적 팽창이 따라온 우리나라 춤의 르네상스였어요. 당시 현대무용은 다변화, 다각화되면서 창작무용이 활성화됐죠. 그 시기를 이끌어간 축제가 바로 한국현대무용향연이었어요.”(심정민) 이후 ‘국제 이벤트’인 88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국제현대무용제로 확장했고,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지금의 ‘모다페’로 별칭을 삼았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모다페는 우리나라 춤의 발전사, 변천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특출난 개인이 등장해 무용계를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무용계 전체와 개개인의 무용수, 안무가, 페스티벌이 상생하며 동반성장”(이해준 조직위원장) 해왔다. “좋은 무용가가 있어 페스티벌이 빛날 수 있었고, 페스티벌이 있어 무용가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심정민)는 설명이다.
‘모다페’는 무용계를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심 평론가는 “모다페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세대, 계파와 성향을 아우르는 다양한 스타일의 창작자를 포괄한다는 점이다”라며 “그 시대의 현대무용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무용 대중화 기여…신진 발굴· 작품 소개한 플랫폼=지난 40년간 ‘모다페’가 이룬 성과가 적지 않다. 큰 성과 중 하나는 현대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인 점이다. ‘발레는 팬덤’이 있지만, ‘현대무용은 난해하다’는 선입견도 ‘모다페’와 함께 해온 시간 동안 깨졌다. 예년에 비해 ‘모다페’를 찾는 일반 관람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미 올해 축제에서 국립발레단을 비롯한 국립단체의 공연, 인기 안무가의 무대는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벌어졌다.
과거 엠넷을 통해 방송한 ‘댄싱9’을 통해 이름을 알린 스타 무용수 김설진 차진엽, 이날치와 협업 이후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와도 함께 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등장이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에 일조했다.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어요. 스타 무용수의 등장을 통해 다른 무용수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고요. 방탄소년단의 지민이나 브레이브걸스의 민영처럼 현대무용을 하는 친구들이 끼가 많아요. 인기가 개인에게 갔다가 작품으로 넘어가고, 단계를 높이며 무용 전체로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요.”(이해준)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우리 무용계는 “세계 무용계와의 격차를 좁혀가는 시기”이자 “컨템포러리 댄스라는 세계 경향에 동참하는 시기”(심정민)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세계를 향한 평준화, 한국 현대무용이 세계화 도전을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어요.”(이해준) 그 중심에 무용수들이 있고, ‘모다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나가는 과정으로 돌입했다.
이 위원장은 “‘모다페’가 신진 무용수,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키우는 플랫폼이자 허브, 링크의 역할을 견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그 역할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유수의 무용수들이 ‘모다페’를 거쳐 해외 유수 무대로 나왔고, 이곳을 통해 성장한 스타 무용수가 다시 ‘모다페’로 돌아와 페스티벌을 이끈다. “장수하는 페스티벌은 전통을 보존하면서, 동시대의 창작을 빠르게 수용해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해야해요. ‘모다페’는 그 두 가지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고, 상호작용을 통해 현대무용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심정민)
▶ ‘모다페’의 향후 40년…“예산 확보·시스템 구축으로 안정돼야”=이제 ‘모다페’는 ‘존재’ 자체로 무거운 의미와 의의를 갖는다. 진작부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컨템포러리 댄스 축제이자, 해외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은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 위원장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결국 콘텐츠 파워”라며 “아시아의 대한민국에는 ‘모다페’라는 축제가 있고, ‘모다페’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지난 40년을 발판 삼아 나아갈 40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예산의 확보도 시급하다. 심 평론가는 “무용 한편의 제작비가 수천만원에서 10억원대에 이르기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는 시점에 ‘모다페’는 해마다 예산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편성하는 ‘모다페’의 예산은 지난해 4억 8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30~40%가 삭감돼 2억 2000만원으로 운영했다. “40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의 예산 삭감은 무용계에서도 의아해한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조직위원회는 발로 뛰며 구멍 난 예산을 채웠다. 이 위원장은 “축제는 예산이 중요하다. 올해는 어떻게든 축제를 열더라도 내년엔 힘들어질 수 있다”며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페스티벌에서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축제로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모다페’의 역할과 선진화된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 심 평론가는 “‘모다페’가 우리 무용계의 흐름을 전 세계의 알리는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동안의 ‘모다페’는 예술감독의 역량에 따라 페스티벌의 수준과 스타일이 편차를 보였다. 누가 영입되더라고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 모다페가 나아갈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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