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통전사업보다 사회주의 자강·북한식 외교 우선

제1비서는 북한판 ‘부통령’…체계적인 통치체제 마련

“위임정치에 대한 자신감 반영…선친들과 달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헤럴드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 총비서의 제1비서 직함을 신설한 것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다 체계적인 통치체제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식 위임정치 시스템을 공고히 했다는 것이다.

2일 헤럴드경제 입수한 ‘조선노동당 규약’(이하 당규약) 개정안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이후 제3장 ‘당의 중앙조직’ 26조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부위원장들을 선거(한다)”라는 문구를 “제1비서, 비서들을 선거(한다)”로 바꿨다. 또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고 명시했다. 총비서 바로 아래 제1비서 직함을 신설한 것이다.

앞서 북한은 당 대회를 통해 ‘정무국’ 직제를 ‘비서국’으로 환원하면서 부위원장을 비서로 명칭을 변경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제1비서는 2인자, 후계자가 아닌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당 운영을 위한 정상적인 업무분담”이라며 “시스템적으로 총비서를 보좌하는 부통령과 같지 않을까 한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과도한 업무분담을 줄이고 자신은 핵심적인 정책결정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제1비서직이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을 염두에 두고 신설됐다는 분석에는 “김 부부장이 제1비서직에 임명되려면 당중앙위 비서직과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또는 위원직에 먼저 선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최근 2인자로 떠오른 조용원 당 중앙위 조직비서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제1비서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비서는 지난달 7일 세포비서대회 2일차 회의를 다른 비서들과 함께 지도하기도 했다.

개정된 당규약은 제도적으로 조선노동당의 통치체계를 강화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개정 당규약은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위임통치 권한도 명시했다. 규약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은 정치국 회의를 사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위임정치는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한 데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의 부친 김정일의 정책결정 스타일과 명백하게 구별되는 것”이라고 봤다.

이외에도 북한은 규약에서 ‘당의 당면목적’ 중 통일과업에 해당하는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추가했다. 김 교수는 “대남통일전선사업보다는 공세적인 외교와 국가 방위력을 바탕으로 북한식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며 미중대결구도를 이용한 생존(안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