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이 최근에 출간한 ‘조국의 시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여권 대선후보 중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가 연이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이미 예약 판매 부수가 5만부를 돌파했다고 전해진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안 그래도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본인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등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분이 본인은 물론 배우자도 재판받고 있는 와중에 어떤 이유로 책을 냈을까. 답은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에 있었다. 그는 “언론이 ‘기계적 균형’조차 지키지 않고 검찰의 일방적 주장과 미확인 혐의를 무차별적으로 보도하였기에, 늦게나마 책으로 최소한의 방어를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견 수긍은 갔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누구든 책을 집필하거나 자기방어를 하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정작 자신의 억울함을 밝힐 수 있는 법적 시스템 내에서는 입을 다물거나 회피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를 해놓고 왜 책을 통해 말하느냐?”라고 했지만 이는 틀린 질문이다.

조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사퇴했다. 지난 9월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도 300여개의 질문에 대해 일절 증언을 거부했다.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위증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조 전 장관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자리에서만 본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번에 출간한 책 내용이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 전 장관은 또 “검찰 공소장이 ‘진실’인데, 다른 주장을 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검찰 공소장이 최종적 진실이라고???”라고 답변한다. 이 역시 틀린 질문이다. 자백하지 않는 이상 공소장은 의혹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판결문은 다르다. 수많은 증거조사가 이뤄진 판결문은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이 정 교수의 1심 판결에서 대부분 유죄로 인정된, 즉 조 전 장관의 해명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외면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얼마 전 자식의 의전원 부정 입학과 관련해 “아무리 당시에 적법이었고 합법이었다 하더라도” “제 아이가 합법이라고 해도 혜택을 입은 점을 반성합니다”라는 과거의 말들을 인용하며 재차 사과했다. 법적 책임이 아닌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단서를 붙이면서....

정 교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입시 비리 관련 증빙서류의 허위성이 인정된 것만 7건이다. 동양대 표창장은 7건의 허위 서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느 학부모가 무려 7건의 서류를 허위로 만들면서까지 입시에 이용하나? 허위 서류를 제출해서 의전원에 입학한 것이 어떻게 “당시에 적법이었고 합법”이었나? 당시 의사들은 조작된 허위 서류로 합격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조 전 장관 자식의 최종 점수와 의전원에 최종 합격을 하지 못한 학생의 점수 차이는 1.16에 불과했다. 법원은 표창장 수상 경력이 없었다면 조 전 장관의 자식은 의전원에 합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고 봤다. 위조된 표창장으로 인해 어느 젊은이가 억울하게 의사가 되지 못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유재수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정 교수도 유죄로 인정된 수많은 죄(사문서 위조, 업무 방해, 위계공무집행 방해,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에 대해 항소심에서 재판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해명할 것은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더는 국민을 기망(欺罔)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조 전 장관의 책은 ‘조국의 시간’이 아니라 ‘기망의 시간’으로 읽힌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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