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보일러 설비업자 모집 추진
공급요청에 린나이 난색 표명
B2C 유일 유통 대리점, 불안 고조
유통망 선점 놓칠라 ‘눈치싸움’도
e-커머스 강자 쿠팡의 보일러 유통 진출설을 두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통망을 늘릴 묘수 중 하나로 검토하는가 하면, 대리점과의 갈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새로운 유통망을 경쟁사에 고스란히 내줄 수는 없어 치열한 ‘눈치싸움’도 한창이다. 사실상 유일한 보일러 유통망이었던 대리점들은 쿠팡 진출설에 발칵 뒤집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4월부터 보일러 설비업자 모집을 추진해 왔다.
쿠팡이 린나이코리아 본사에 보일러 공급을 요청했으나, 린나이 측이 대리점 보호를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의 에어컨 설치 벤더사의 사업설명회에서도 회사 측이 “쿠팡이 보일러 설치 업체를 모집할 예정이다. 경동나비엔과 협업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쿠팡 진출설을 두고 보일러업계는 벌집을 들쑤신듯 떠들썩하다. 협업 가능성이 나오는 경동나비엔은 “새로운 유통채널로 고민 중이긴 한데, 정해진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귀뚜라미는 “대형 e-커머스 업체와 보일러 유통에 대해 협의나 검토한 바는 없다”며 “사업상 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현재 대리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대리점과의 협업관계를 감안하면 e-커머스 유통에 쉽사리 뛰어들 순 없다. 하지만 경쟁사에 새 유통망 선점기회를 뺏길 수 있는 점 때문에 ‘눈치싸움’을 벌이는 형국.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국내에서 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2강 구도’를 형성했다. 매출은 경동나비엔이 2019년 7743억원에서 지난해 8734억원으로 올랐고, 귀뚜라미가 2019년 5661억원에 이어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9352억원을 기록하며 ‘1조클럽’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양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경쟁사가 신유통 채널을 연다면 이를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쿠팡을 타고 온라인으로 진출할 경우 지각변동은 불을 보듯 뻔한 때문이다.
관건은 대리점의 반발. 보일러대리점들은 이미 쿠팡 진출설로 불안에 떨고 있다. 쿠팡이 제조사, 보일러 설치자격이 있는 협력사와 손잡고 보일러를 매입해 직접 판매에 나서면 지역대리점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보일러는 쿠팡이 기존에 진출했던 에어컨이나 가전, 가구 유통과 달리 온라인 판매가 거의 없고 대리점에서 판매가 이뤄진다. 각 지역대리점에서 신속하게 서비스를 담당해야 하고, 보일러 설치자격증이 있는 전문 설비업자가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들도 건설사 등 B2B 특판만 직접 나설 뿐 소비자판매(B2C)는 대리점에 일임해 왔다. 간혹 온라인몰에 보일러가 올라오는 경우도 대리점이나 지역 설비업자들이 쇼핑몰에 등록해 판매하던 것이었다. 제조사가 관례를 뒤집고 e-커머스 업체와 손잡고 B2C에 직접 나서게 되면 한정된 일감을 놓고 대리점과 부딪히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전국의 가정용 보일러대리점은 제조사 5곳만 잡아도 1200여곳에 달한다. 보일러업계 한 관계자는 “벌써 2개월여 간 대리점주들이 쿠팡에서 보일러 판매를 하는 것인지 묻는 전화가 빗발친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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