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형 등 AI 작곡가들 K팝시장 무한대
가상세계서 Z세대 중심으로 수요 확산
AI 창작 시대는 음악계에 일대 변화를 불러왔다. ‘창작’은 작사, 작곡가 등 전문가들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과거의 가치관이 깨졌다. AI 창작을 주도하는 관계자들은 “AI 작곡을 통해 누구나 음악을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 엔터아츠의 박찬재 대표는 “본래 음악은 음악가가 정해져 있지 않고 누구나 흥얼거리며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음악은 모두의 것이다. 일반인도 음악을 만들수 있는 시대가 온 만큼 인공지능이 보다 쉽게 창작자와 소비자와 갭을 좁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해일 지니뮤직 콘텐츠1본부 본부장은 “음악을 만드는 데에 있어 전문지식이나 경험보다 ‘무엇을 표현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AI 음악 창작은 창작영역의 문턱을 낮춰 음악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모든 사람이 음악을 만들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AI 음악에 대한 전망은 밝다. 엔터아츠에서 선보인 스피카 김보형을 시작으로 하연으로 이어진 AI 작곡가의 K팝 시장은 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캡틴’(엠넷)에서 4위를 한 조아영은 올 여름 소속사인 업보트 엔터테인먼트의 AI작곡가와 함께 인공지능 베이스의 싱글 앨범을 낼 계획이다.
대중음악뿐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도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 광고, 응원가, 기업의 캠페인송은 물론 개인을 위한 작곡 등 쓰임새가 활발하다. 특히 가상세계에선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가 눈에 띈다.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는 엔터아츠의 AI 작곡가 에이미문이 가상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제페토에서 K팝 그룹을 꿈꾸는 등 자기만의 음악이 필요한 사용자들에게 음악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음악이 필요하면 에이미문에게 요청하면 된다”는 인식이 제페토 세상 안에서 만들어졌다. 곡비는 받지 않는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 음악 창작을 하면서 처음엔 가요 시장으로 승부가 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인공지능이 음악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면 음악을 소비하는 층이 많아질 거라 생각했다”며 “특히 가상세계에서의 수요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는데 팬데믹으로 확연히 빨라졌다”고 말했다.
AI 음악에 대한 시선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2016년 소니가 세계 최초로 AI가 작곡한 팝송(‘대디스 카(Daddy’s Car)‘, ’미스터 섀도우(Mr. Shadow)을 유튜브에 공개했을 당시만 해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박찬재 대표 역시 “처음엔 내 밥그릇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AI 작곡의 등장은 음악산업의 변화와 같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니 이것을 뮤지션들이 먼저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달라진 시선과 정교해지는 기술은 일상의 변화를 앞당긴다. 1인 미디어, 유튜브의 등장은 개인이 창작과 소비를 겸하는 시대를 불러왔다. 업계에선 “AI 창작 역시 개인화 시대에 부합한다”(문중철 업보트엔터테인먼트 대표)과 봤다. 문중철 대표는 “미디 프로그램도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생소했는데, 이제는 누가 그것으로 작곡을 하고 있다. 유튜브의 등장 이전엔 일반인이 영상을 만들어 상업화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며 “인공지능 역시 음악을 만드는 좋은 도구이자, 누구나 창작하고 소비하는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봤다.
AI 작곡가가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올지라도, 업계에선 AI를 통한 작곡이 인간 창작자들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K팝과 같은 트렌디한 음악은 인간 창작진이 “자신의 재량과 개성을 넣어 발전시키는 과정”(박찬재 엔터아츠 대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의역할은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고 있는 많은 부분을 대체할 거라고 본다”며 “이제는 인간이 AI가 만든 결과물을 도구로 삼아,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예술적 창의적으로 승화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전망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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