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낮지만 혜택도 줄어
소비자 舊상품 잔류 더 선호
보험사도 우량계약 이탈우려
ABL생명 등 상품출시 포기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내달부터 기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은 새롭게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득은 없고 실만 많다는 평가가 많다. 소비자는 물론 보험사들도 시큰둥하다.
내달 도입되는 4세대 실손보험은 소수 소비자의 과다 의료이용으로 보험사 적자가 심화되고, 일반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자 금융당국이 대안으로 내놓은 정책보험이다. 자기부담금이 높은 대신 기존보다 보험료가 50~70% 저렴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은 아닐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 이용량이 점차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통상 의료이용량이 많은 고객들은 자기부담금이 적은 옛날 상품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의료이용량이 적을 수록 보험료가 싼 4세대 실손보험에 대한 수요가 크다. 월 보험료 1~2만원을 아끼기 보다는 혜택을 더 누리려는 심리가 우세하다. 번거로운 절차도 전환을 꺼리게 만든다.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은 온라인으로 불가능하다.
심지어 보험사들도 4세대 실손보험 전환 마케팅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이다. 만약 구실손이나 표준화실손보험의 적자를 조금이나마 보전해주던 우량고객들이 4세대 실손보험으로 대거 넘어간다면 기존 상품들의 적자 구조는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럼 손해율 상승에 맞춰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손보험은 민영 보험이지만 개인 가입자가 3500만명(단체 제외)에 이르는 국민보험 성격을 지니고 있어 금융당국의 의견이 보험료 인상률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4세대 실손보험을 팔지 않겠다는 보험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ABL생명은 팔수록 손해난다며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각각 작년 12월과 올해 3월부터 취급을 중단했다.
실손보험 전환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집계기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된 표준화실손보험 가입 건수는 1877만건으로 전체 가입자 중 53.7%를 차지했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후 절판된 구실손 비중도 24.4%에 달한다. 2017년 출시된 3세대 실손보험은 20.3%를 구성할 뿐이다. 나머지 1.6%는 노후 및 유병력자 상품에 가입 중이다.
전체 가입자의 80%가 가입 중인 구실손과 표준화실손보험은 매년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작년 구실손의 손실액은 1조2838억원, 표준화실손보험은 1조1417억원이다. 전체 실손보험 적자 의 97.0%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57%를 받아가고 있다”며 “이들이 1, 2세대 실손보험에 계속 머무는 이상 적자 구조를 개선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재촉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 폭을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실손 보험료 인상으로 신실손 전환을 자극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실장은 “고객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4세대 실손 전환을 장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구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빠르게 오르면 자연스레 4세대 실손으로 넘어가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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