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겨냥 보여주기식 발의

관련 기관 공감 도출에 실패

올 들어 여당 주도로 추진된 금융권 옥죄기법이 줄줄이 정부와 업계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관련기관들의 공감도 이끌어내지 못한 만큼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신용보증기금을 설립해 담보능력이 부족한 청년에게 신용보증서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년신용보증기금법 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청년들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가 아닌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도와 신용 악순환에 빠지는 걸 막겠다는 취지여서 일명 ‘청년 금융 사다리법’으로 불렸다.

법안은 각 금융사로부터 대출금의 0.003%를 출연금으로 받아 기금을 조성하도록 했다. 이미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상당한 금액을 내고 있는 금융사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그러자 기금을 관할할 기획재정부가 “금융사의 출연금 재원 규모와 지속여부가 불투명하고, 기금재원과 목적사업 간 연계성이 낮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신용도가 낮은 청년을 대상으로 채무를 보증하고 있어 대출 회수율이 저조하게 나타나면 정부 및 금융사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도 햇살론유스, 청년 전월세자금 보증 등 유사한 지원 제도가 있어 중복 지원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우 의원이 2월 발의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정부 반대에 부딪쳤다.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을 최대주주 1인에서 특수관계인으로 확대하고,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여부도 심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내용이다. 합병으로 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존속법인과 피합병법인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소멸법인을 심사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기업 간 합병을 제약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생명보험협회는 “금융사의 건전성과 관계가 없는 특수관계인 주주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고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장사는 발행주식 총수의 0.5% 이상을 보유해야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한데, 금융사에만 이를 0.05%로 낮추자는 내용도 이 의원의 법안에 담겨있다.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최근(작년 12월) 도입된 제도인 만큼 아직 보완책을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을 냈다. 은행권은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민형배 의원이 2월 낸 이른바 ‘은행빚 탕감법’(은행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냈다. 은행의 대출원금 감면을 의무화하면 재산권 침해, 은행의 건전성 저해, 다른 소비자로 비용 전가 등 비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국회 정무위 이 전문위원도 “대출 원금 감면을 의무화하는 해외 입법례는 없다”며 이미 정부와 업계 협의를 통해 유사한 지원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초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며 “정교한 검토 없이 발의 성과를 내는 데 급급했던 탓에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