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아파트 건물 역사유산 남기기 정책 반대 청원

민주당 소속 시·구 의원들 대안 마련 적극 제안

옛 성동구치소·잠실주공 5단지·을지로 세운지구 등도 유사 갈등

서울시 의회가 ‘박원순 전 시장 지우기’에 나섰다. 역사유산 보존이라는 명목아래 재건축 아파트 일부를 남겨두도록 한 전임 시장의 정책을 같은 당 시의원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최영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난 28일 주민 간담회를 열고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역사유산(흔적)남기기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의 옛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의 옛 모습. [헤럴드경제DB]

전면 철거 위주의 정비사업으로 역사성 있는 건축물이 철거되고 주민들의 삶이 담긴 흔적이 소멸되는 한계가 있다며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시 낡은 건물 일부를 남겨두도록 한 박 전 시장의 정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와 관련 최영주 의원은 개포주공 1·4단지의 남겨진 동에 대해 유산보다는 흉물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간담회에 앞서 오세훈 시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개포주공 1·4단지가 역사유산 남기기 정책으로 인해 재건축이 지연되고 있다고 정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른 방식으로 공공기여 할 수 있도록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또 조합측에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청원을 제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개포4단지 조합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주민청원서를 제출했으며, 1단지 조합장도 3000 명 정도의 서명을 받고 있으며 곧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옛 성동구치소 전경 [연합]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옛 성동구치소 전경 [연합]

개포1·4단지 조합장들은 “주민 및 조합원 모두가 흉물이라고 생각하는 건물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공정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계획위원회의 변경 심의가 없으면 재건축에 차질이 생긴다”고 밝히며, 강남구청 및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최 의원은 “연탄, 아궁이가 보존돼 있지도 않은 건축물을 남겨 인위적으로 당시의 역사를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안전진단 D등급을 받고도 10년이 지난 건물이므로, 빠른시일 내에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재건축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전 시장 시절 ‘보존’ 정책과 재개발·재건축 지역 주민들의 갈등은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 및 옛 성동구치소 부지, 잠실주공 5단지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역사적·문화적 보존 가치가 있다며 일부 구조물을 철거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다.

을지로 세운지구 재개발의 경우 박 전 시장이 “을지면옥 같은 생활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는 말 한마디에 일대 정비사업이 전면 중단되며 갈등이 커졌다. 하지만 이 가게는 정작 1985년부터 현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또 스스로 이전을 결정하며 ‘역사적 가치’에 대한 혼란과 재산권 침해 논란만 남겼다.

잠실주공 5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잠실주공 5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옛 성동구치소 개발도 마찬가지다. 40년 만에 구치소가 사라지고 주거 및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달리, 박 전 시장은 구치소의 수감동, 담장, 수용동을 리모델링 보존할 것을 지시했다. 주민들은 일제시대 역사가 담긴 서대문형무소도 아닌, 해방 이후 만들어진 성동구치소의 역사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결국 일부 시설 보존과 함께 재개발이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송파구청은 기존 시설물 일부 보존에 대해 여전히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도 서울시는 기존 건물 1개 동과 굴뚝을 남겨둘 것을 요구했다. 최초의 중앙난방 도입 단지라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에서 지역민들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 한 동, 상점 하나를 남겨두고 재개발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자체가 하나하나 개입하기보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해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