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사회에 대한 통찰 담은 저서
中서 인기끌며 베스트셀러 1위 기염
디지털 격차 등 인류 공동의 과제에
국가간 공조 ‘디지털 포용사회’ 제안
‘역할 재정립의 시대’ 변화의 분기점
정책-현장 시간차 극복 시급한 과제
국민 생각을 알기위한 정부노력 필요
변화 대응 “정부도 할 건 해야” 쓴소리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중국 최대 인터넷서점 ‘당당왕’에 지난 6월 첫 주 눈에 띄는 서적이 판매순위 1위로 이름을 올렸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의 ‘5G 초연결 사회, 완전히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중국 번역본이 그 주인공이다. 5세대(5G) 통신을 비롯해 다가오는 ‘초연결 시대’를 대표하는 미래상을 예측하고 디지털 대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미래 전략을 집대성한 책이다.
타 국가 서적에 좀처럼 상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중국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어, 한국 도서가 번역·출간된 것은 2년 만이다. 출간조차 쉽지 않은 중국 출판계에서 한국 IT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최초의 일이다.
책의 저자인 고삼석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디지털이 가져올 미래 변화에 대해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 매우 놀랐다”며 “이 책이 정보통신기술(ICT)의 미래를 제시해주는 참고서를 넘어 한·중 ICT 교류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최장수를 기록한 인물이다. 그는 “차관급 정무직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최장수인 5년 5개월을 재직했다”며 “정부 고위직에 있던 분들이 퇴임을 하면 보통 회고록을 쓰지만, 그보다 국민들이나 우리 사회에 의미 있고 유용한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담당했던 미디어와 정보통신 분야의 현안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지능정보화혁명‘이라는 대전환기 미래 비전과 의제를 정리해 정부와 관련 업계, 국민들에게 작은 보답을 하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책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디지털 시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포용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능정보화혁명으로 인해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우리 앞에 완전히 새로운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며 “이에 맞춰서 정보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제도나 관행, 문화를 새롭게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약육강식이나 승자독식을 용인하는 현재의 제도 및 문화로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변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경제·사회 전 분야의 관행과 제도, 질서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의 이 같은 판단은 ICT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고민과도 딱 맞아 떨어졌다. 사실상 문화 콘텐츠 교류가 중단된 중국 시장에서 그의 책이 유례 없는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는 “초연결사회가 초래할 부정적 측면과 그것의 구체적 해법을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는 점에 중국 현지 언론도 주목했다”며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주제로 쓴 이 책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정보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현 시대를 ‘역할 재정립의 시대’라고 봤다. 국가와 국가 간, 과거의 서비스와 현재의 기술 등 전통과 변화의 분기점에서 고정적인 역할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미·중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번역본을 중국에 출간한 것도 이 맥락이다. 그는 “그동안 외교안보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혈맹’ 관계라면, 경제 분야에서 중국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며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무역의 25.8%, 반도체 수출의 61.9%를 차지하는 대단히 중요한 국가로 현재 뿐 아니라, 미래에도 매우 중요한 국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격차 등 지능화 정보사회에서 발생하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대응하기 위해 국가 간의 공조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격차는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는데 이는 한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며 “인적 교류, 기업간 교류, 학술적 교류를 통해 국가 공동의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ICT 업계에서 발생하는 이슈도 결국 ‘역할 재정립’의 연장선이라고 고 교수는 말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료 분쟁이 대표적이다.
고 교수는 “최근 논란은 변화의 시점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갈등”이라며 “디지털 경제의 갑·을관계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콘텐츠 사업자(CP)와 통신사업자(ISP)의 위상 역전 현상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맞게 룰 세팅을 새로 해야 하지만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방통위 최장수 상임위원으로서 정부 정책을 현장 한 가운데서 지켜봤다. 급변하는 작금의 분기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고 교수는 현재 정부 정책과 실제 현장의 ‘시간차’를 극복하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최근 상황을 보면 미디어 및 정보통신 기술, 산업, 시장의 변화와 정부의 정책 대응 간 괴리가 큰 것 같다”며 “늘 그렇듯 산업과 시장의 변화를 정부가 따라가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같은 뉴미디어 확산에 따른 갈등이나 타다 등 기술혁신의 사회적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정부의 ’공론화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KBS 수신료 인상 문제의 경우, 이해당사자인 KBS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며 “정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들의 의견을 묻고, 정부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이 다를 경우 필요하다면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현재 사회 문제의 상당수는 정부가 국민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니까 해법을 도출하기도 어려운 것”이라며 “국민의 생각을 알려면 공론화 해 여론을 모으고 남녀노소, 진보·보수 양측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정치권에만 맡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그는 ICT로 촉발된 변화를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조직 개편도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현 정부 초기 방송통신 관련 정부조직 개편을 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혁신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방법과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조직 개편도 해법의 하나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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