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법관제, 취업제한, 판사 회피제도 등 도입했지만
고위직 출신 변호사 ‘부띠끄 로펌’ 차려 취업 제한 회피
법원장→재판부 복귀, 동기부여 어려워 효과 제한적
회피제도 이용한 ‘재판부 쇼핑’, 후관 문제도 나타나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이른바 ‘전관예우’의 실체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와 변호사업계 시각 차가 있다. 법원은 대체적으로 전관 변호사가 재판 결론을 바꿀 수 없는데도 사건 수임을 위해 의뢰인을 속이는 일종의 부정 마케팅 수단이라고 여긴다. 반면 변호사들은 절차에 관한 혜택을 주는 것도 전관예우라고 볼 수 있고, 실제 사건에 영향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로스쿨 교수의 말이다. “전관을 선임하다고 해서 결론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같이 일했던 대법관 이름이 올라와 있으면 서면을 주의깊게 보는 건 사실이다.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걸 전관예우라고 할 수는 있겠다.”
대형로펌 취업이나 사건 수임 기간을 제한하는 입법,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특정 판사를 피할 수 있는 기피제도 확대, 전관 변호사 수를 아예 줄이는 평생법관제 등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해마다 쏟아지는 판사출신 변호사 수를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관 변호사 억제를 입법에 맡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변호사법상 퇴임 공직자는 직급과 관계없이 퇴직 전 1년을 기준으로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 혹은 법원장급 전관이 아니면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대형로펌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큰 제약은 없는 편이다. 2019년 기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연 매출액은 1조960억원이다. 규모가 큰 로펌일 수록 송무보다 자문업무 비중이 크다. 최근에는 대형로펌 취업 제한에 걸리는 고위직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모여 소규모의 ‘부띠끄 로펌’을 차리고, 이렇게 설립된 로펌이 덩치를 키워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려 취업 제한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평생법관제’를 통해 사직 판사 수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고위직 판사가 대법관에 지명되지 못하면 사직하는 관행을 바꿔 법원장을 맡았더라도 일정 임기가 지나면 일선 재판부로 복귀하도록 해 전관 변호사 배출을 줄이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고위직 판사들의 사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법원장→재판부 복귀로 이어지는 업무에 동기부여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견 판사들의 경우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가 폐지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법원은 판사가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려운 요인이 있는 경우 판사 본인이 사건을 맡지 않는 기피제도, 당사자가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하는 회피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9년 결정을 통해 ‘우리 사회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을 기준으로 기피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동안 재판 당사자의 기피신청을 받아주지 않고, 법관 정기인사 때를 기다렸다가 자연스럽게 재판부를 교체하던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정 기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 판사 임용이 가능한 ‘법조일원화’ 제도가 안착하면서 ‘전관’이 아닌 ‘후관’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판사가 변호사시절 몸담았던 로펌 변호사를 선임하는 구조다. 실제 변호사였을 때 관여했던 사건을 배당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 변호사 출신 대법관은 자신이 상고심 대리인으로 나섰던 통상임금 소송 사건 심리를 맡기도 했다. 대법원은 논란이 되자 판결선고 일정을 연기하고 1년 넘게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실제 재판에 영향력이 아니라 불공정한 재판을 할 외관이 형성되는 경우도 판사가 사건을 회피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한 구조를 역이용해 사건 당사자가 특정 판사를 피하는 ‘재판부 쇼핑’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러 판사와 인연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다른 재판부로 사건을 옮기는 식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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