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물 제보자, 피해자 이철 만난 적 없어

법원, ‘기자 발언 왜곡 전달했을 가능성 높다’ 지적

제보자는 증인 채택됐지만 법정에 나오지 않아

검찰, 제보자 전화기 확보 안해…통화기록만 받아

업무방해 처벌 가능, ‘배후’ 실존 여부 확인 어려울 듯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 사안을 기획한 배후가 따로 있다는 ‘권언유착’ 의혹 수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이 핵심 인물인 ‘제보자X’ 압수수색 시기를 놓치면서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는 데 그치고 실제 기획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이 전 기자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이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협박범으로 지목된 가해자가 피해자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한 번도 만난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 전 기자는 제보자 지모 씨만을 상대했다. 지씨는 MBC에 이 사건을 제보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씨 역시 피해자 이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 지씨와 이 대표 사이에는 한 법무법인의 이모 변호사가 중간 전달자 역할을 했다.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지모씨→이모 변호사→이 대표 순으로 의사전달이 된 셈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1심 법원은 이 전 기자가 검찰과의 관계를 언급하게 된 상당수 대화가 지씨가 유도성 질문을 하고, 여기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씨를 향해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정관계 인사에 대한 금품제공 장부나 송금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언동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이 전 기자가 한 말은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에 가까운데, 지씨는 ‘비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검찰 관계자를 통해 더 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왜곡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재했다.

이 사안에 대해 배후가 있다는 ‘권언유착’ 주장은 지씨가 무리하게 허위 제보를 하고, 이 대표에게 왜곡된 의사전달을 할 동기가 없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씨가 여권 관계자들과 폭넓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전과자인 지씨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대표도 여당 현역 의원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마치 이 전 기자가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 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식의 말을 한 것처럼 온라인에 유포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기자는 23일 열리는 최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제보자 지씨가 업무방해로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무방해죄는 시위 등 위력에 의한 것 뿐만 아니라, 속임수를 통한 ‘위계’의 방법을 쓴 경우도 처벌한다. 지모씨가 실제 존재하지 않은 유명인의 금전거래 장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채널A 기자를 상대로 현직 검사장과의 연관성을 입증할 근거를 요구한 것은 언론사 취재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씨가 어떤 동기에서 이 사건을 벌이게 된 것인가는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씨는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는데도 출석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다. 이 전 기자의 노트북과 한동훈 검사장의 전화기를 압수한 검찰은 지씨 전화기는 확보하지 않고, 지씨 딸 명의로 개통한 차명폰 통화내역을 확보했다. 이 사건 내막을 잘 아는 법조인은 “배경을 알려면 지씨의 전화기를 압수수색해서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 증거가 인멸됐을 것”이라며 “업무방해 처벌은 가능하겠지만, 배경을 밝히는 수사는 사실상 실기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