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장기보유공제서 다주택기간 제외키로
최종 1주택된 시점부터 보유기간 다시 산정
다주택자에 세 부담 지워 “집 팔아라” 압박
“주택 매도 의향 없애 매물잠김 악화될 수도”
[헤럴드경제=김은희·이민경 기자] 2023년부터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되는 시점부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위한 보유·거주기간을 인정받게 된다. 장기 보유 세제 혜택을 받고 싶다면 빨리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되라는 일종의 압박 메시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에게 세 부담을 더 지워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만들겠다는 의도지만 세금을 ‘채찍’으로 하는 계속된 압박에도 버티기를 선택해온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토해낼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 의향을 아예 꺾어 매물 잠김 현상이 되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내놓는다.
잇단 땜질식 세법 개정으로 ‘누더기’가 된 양도소득세제가 더 복잡해진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1가구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위한 보유·거주기간 기산일을 현행 ‘해당 주택 취득 시점’에서 ‘최종 1주택이 되는 시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날 발의한다. 다주택 보유기간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최소 3년 이상 주택을 보유해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된 후 3년 이내 주택을 팔 경우 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행법상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제한 없이 적용돼 다주택자가 집을 계속 보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실거주 목적 1주택자 위주로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2023년 1월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말까지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주택 매각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됐는데 최종 1주택자가 된 날부터 보유기간을 산정하면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다세대 주택 등 일부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고 주택을 추가 취득하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당장 일부 매물이 시장에 흘러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은 다주택자를 더욱 옥좨 집을 처분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올해 6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 시행으로 이미 버티기에 들어간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세 부담을 낮추는 게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정부의 논리는 보유세를 강력하게 매기면 다주택자들이 어쩔 수 없이 집을 내놓게 될 것이고 그때 강력한 양도세로 ‘옳지 못한’ 소득을 환수하겠다는 것인데 하나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조치도 사실상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오히려 매물을 잠기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이미 양도세를 포함한 세금이 다주택자에게는 징벌 수준으로 적용되고 있어 추가적인 시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짙어지며 매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비율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위원은 “다주택자가 주택 수를 줄이려고 해도 양도세가 최대 82.5%에 달해 팔긴 어렵다”면서 “결국 증여로 몰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양도세 감면 기준선인 ‘고가 주택’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고 양도차익에 따라 장기 보유 세제 혜택을 차등하는 등의 내용이 함께 담겼다.
다만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양도차익과 비례해 축소하는 방안은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법 개정 이후 집을 새로 사는 사람에 한해 세금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장기 실소유 1주택자에게도 ‘세금폭탄’이 떨어진다는 반발이 일자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